[씨저널] 순천향대 이사장 세습됐지만 법인 운영은 달랐다, 서교일 투명성과 공공성 세우다

▲ 순천향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인 동은학원의 현재 이사장, 서교일 이사장은 창립자 서석조 박사의 아들이다. 세습을 통해 동은학원의 이사장 자리에 올라있지만 공익적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질병은 하늘이 고치는 것이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돕는 것일 뿐이다.”

순천향대학교의 설립자인 서석조 박사가 순천향대학교의 모태인 순천향의과대학을 설립하면서 한 이야기다. ‘하늘의 뜻에 순응한다’는 뜻인 ‘순천향’이라는 이름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순천향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인 동은학원의 현재 이사장, 서교일 이사장은 서석조 박사의 아들이다. 

서교일 이사장은 세습을 통해 동은학원의 이사장이 됐지만 학교법인을 사유화하기보다는 공익적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창립자 서석조,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건설한 지방 의과대학

순천향대학교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명문 사학들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차별화된다. 

동은학원에 따르면 순천향대학교의 위치 자체가 설립자인 서석조 박사의 뜻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도권 중심의 의사 양성을 넘어 지역 보건의료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 의과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세워진 대학이 바로 순천향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서석조 박사는 자신의 이념을 계승하기 위해 아들인 서교일 이사장 역시 ‘이사장’이 아닌 ‘의사’로 키워냈다. 

서교일 이사장은 단순히 아버지의 이사장직을 계승해 학교법인을 사유화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역시 당뇨병 치료의 권위자로서 의사이자 학문적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오너십과 전문성을 두루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의료인·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겸비한 리더십

서교일 이사장의 오너십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2008년 자산 헌납이다. 

서 이사장은 2001년 42세의 젊은 나이로 순천향대학교 제 4대 총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2008년, 개인 소유의 의료법인인 동은의료재단과 이 재단에 소속돼있는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구미병원을 동은학원에 출연했다.

출연 당시인 2008년 12월 기준 두 병원의 감정평가액은 650억 원이다. 의료인프라, 인지도, 브랜드 가치 등을 합산하면 총 자산 가치는 2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교일 이사장은 재산을 동은학원에 출연하면서 “의학교육의 체계를 바로 세우고 실력있는 의료인 양성으로 지역주민들이 보단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도 의사의 길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매주 월, 수요일을 자신이 직접 진료를 보는 날로 정하고 청진기를 직접 들고 환자들을 만났다.

◆ 투명성과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법인 운영

동은학원의 이사회 역시 투명성을 중심으로 구성돼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학교법인의 이사회는 그 학교의 총장, 부총장, 교수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에 대한 이사장, 오너일가의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25년 5월 기준 동은학원 이사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8명의 이사 가운데 순천향대학교에서 임직원으로 일했던 인물은 서교일 이사장이 유일하다. 

순천향대학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사는 박현서 현대병원 원장뿐인데, 그 역시 순천향대학교의 임직원 출신이 아니라 순천향대학교 총동문회 회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을 뿐이다.

서교일 이사장 개인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동은학원의 이런 운영은 2022년 교육부에 의해 사립대학 경영 개선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며 빛을 보기도 했다.

◆ 지역과 미래를 잇는 대학 발전 전략

서교일 이사장은 지역 의료 발전을 강조한 아버지를 계승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미래 지향적 대학 발전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순천향대학교는 2023년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 꾸준히 신청해왔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이란 매년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지정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혁신 생태계의 중심이자 지역 우수 인재들이 가고 싶어 하는 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순천향대학교는 2023년, 2024년 글로컬대학30 예비대학으로 지정됐지만 본지정에서는 탈락했다. 이후 2025년에도 예비지정대학 28개 대학에 포함됐다. 

순천향대학교는 2023년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지역혁신메가프로젝트 사업의 대상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지역의 중대형 과학기술 현안을 해결할 중장기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산업 경제로 성과확산을 촉진하는 신기술 시드 창출을 시범 지원하는 사업으로, 광주과학기술원(초광역협력형, 광주·전남권), 포항공대(초광역협력형, 경북·대구권), 경상국립대(초광역협력형, 경남·울산권)등이 최초로 선정됐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