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H20' 수출 재개를 승인받았지만 이를 대가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내야 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에서 엔비디아를 향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어 중국 매출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 반도체의 보안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현지 시장에서 실적 회복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사실상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에 인공지능 반도체를 수출하는 대가로 관련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기관 번스타인리서치는 미국 정부가 이를 통해 올해만 20억 달러(약 2조7800억 원) 상당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엔비디아는 연말까지 150억 달러, AMD는 8억 달러 상당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국에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올해 초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H20’을 비롯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사실상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출 재개를 허가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실제 승인을 내리는 시기를 다소 늦추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판매 수익의 15%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직후에야 판매 승인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위해 실제로 중국에 수출 허가를 내리는 시기를 늦춘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와 AMD가 결국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되찾게 됐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사실상의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실적 증가폭은 예상보다 낮아질 공산이 크다.
중국 정부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판매 재개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점도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중국 국영매체는 최근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겨냥해 “특정 제품이 안전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것을 구매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빅테크를 비롯한 고객사들이 엔비디아 대신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구매하도록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 반도체의 백도어를 비롯한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어 젠슨 황 CEO를 소환한 데 이어진 것이다.
엔비디아는 CNBC에 성명을 내고 “사이버 보안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엔비디아는 원격으로 반도체에 접근하거나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백도어’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자국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엔비디아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이런 해명이 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엔비디아는 결국 H20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재개한 뒤에도 미국 정부와 수익 공유 및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실적 회복에 한동안 고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