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유경 신세계 회장(사진)이 신세계백화점만의 별도 플랫폼 구축에 나서며 본인만의 색채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신세계만의 감성을 가득 채운 온라인숍과 여행 채널을 별도로 마련했다. 앞으로 이마트와 다른 신세계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만드는 데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신세계는 백화점 공식 앱(애플리케이션)에 온라인숍 ‘비욘드신세계’와 여행 채널 ‘비아신세계’를 선보였다.
비욘드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이 220여 개의 브랜드 상품을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온라인숍이다. ‘오프라인을 넘어, 감도 높은 온라인 쇼핑공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이 공간을 설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숍을 구축했는데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비욘드신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백화점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강조됐다는 점이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들을 포괄한다는 태생 때문에 신세계백화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차별화를 한다고 하지만 이마트와 톤앤매너를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백화점만의 색채는 빠졌다.
하지만 비욘드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이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비욘드신세계에 들어서자마자 ‘백화점은 다르다’는 느낌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여행 채널 비아신세계도 마찬가지다.
비아신세계에 들어서면 2분23초 길이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잔잔하게 울려퍼진다.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을 지향하는 일부 플랫폼에도 보기 힘든 시도다. 비아신세계에 방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VIP 대접을 하겠다는 고객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비아신세계의 대문에는 ‘신세계가 기획한 프리미엄 여행’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기획 의도에 맞게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현준 건축가가 명사로 합류한 이탈리아 여행이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직접 즐길 수 있는 여행 등을 마련했다.
가격은 상당한 편이다.
‘유현준 건축가와 걷는 건축의 문명기행-이탈리아편’은 1인당 3500만 원이다. 스페인 세비야와 포르투갈 리스본 방문이 포함된 이베리아반도를 여행하는 상품도 1인당 1600만 원을 줘야 갈 수 있다. 국내에 ‘저속노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희원 교수와 함께 떠나는 뉴질랜드&시드니 여행의 상품 가격은 1인당 2900만 원이다.
페루와 브라질을 방문해 이구아수 폭포와 마추픽추 등을 11박14일 일정으로 보려면 무려 1인당 5900만 원을 내야 한다.

▲ 신세계백화점은 5일 신세계백화점 앱(애플리케이션) 안에서 별도의 온라인숍 ‘비욘드신세계’와 여행 채널 ‘비아신세계’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주된 고객인 VIP만을 위한 여행 플랫폼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유경 회장의 이번 시도는 이마트와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차별화 전략의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그룹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1년 이마트를 신세계에서 인적분할한 뒤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남매경영’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것이다.
지분 관계가 얽혀 있는 SSG닷컴만 정리되면 신세계와 이마트는 독자 노선을 걷게 되는데 이에 앞서 정유경 회장이 독립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유경 회장이 앞으로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더욱 다양한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남매경영 체제를 이어가면서도 독립경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마트와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본인만의 색채를 다 보여주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은 미적 안목이 두드러지는 오너 경영인”이라며 “계열분리를 앞둔 상황에서 정 회장이 시도하고 싶었던 다양한 전략들이 백화점부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