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과 SK엔무브 합병으로 구체화된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사업 재조정)에 대해 시장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의 대비를 강조하며 SK온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배터리 사업의 반등 시점이 불투명해서다. 장 사장이 추진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재무적으로도 그룹 지주사 SK와 연결고리도 강해져 SK온의 실적 반등은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M증권과 KB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이전보다 낮춰 잡고 있다.
계열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및 자본확충 방안 발표에 더해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의 업황 악화로 2분기 실적까지 부진하게 나온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8조 원 규모 자본확충 계획에 4조3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포함된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 매출 19조3066억 원, 영업손실 4175억 원을 냈다. 주력인 석유 및 화학 사업이 적자를 내 1년 전보다 매출은 2.7%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10.9% 증가했다.
더구나 ‘미래 먹거리’ 2차 전지 기업 SK온은 리밸런싱 효과에 재무부담을 덜었지만 자체 사업 부진은 이어졌다. SK온은 지난 2월 트레이딩 사업 담당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 및 유류화물 저장·입·출하 전문 SK엔텀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에 SK온 통합법인은 2분기 영업이익 609억 원을 거두며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냈다. 하지만 주력인 배터리 사업의 영업손실은 664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졌고 손실폭은 1분기(-299억 원)보다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이 도시가스와 윤활유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 사업에서 적자를 내며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리밸런싱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7월30일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발표했다. SK엔무브가 ‘캐시카우’로 여겨지는 만큼 SK온도 재무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됐고 SK온 재무적 투자자의 전환우선주 전량도 3조5880억 원에 사들여 그동안 이어진 상장 부담도 덜었다.
그럼에도 우려 섞인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는 배경에 SK온 자체 수익성이 아직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전통에너지와 신에너지를 아우르는 SK그룹 내에서 E&S 합병에 이어 SKTI와 SK엔텀, SK엔무브까지 SK온에 흡수시켜 자금줄 역할을 맡겼는데 배터리 자체의 수익성 회복이 절실하다”며 “SK온 회생을 위해 전사적 고군분투가 그만큼 값질지 감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단기에 그 희생의 가치가 발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은 합병을 통해 현금흐름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되고 IPO 부담도 덜어 본업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다만 SK온의 회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북미와 유럽 전기차 시장 회복을 기대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SK그룹 차원에서도 SK온의 반등은 더욱 중요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은 7월30일 SK온·SK엔무브 합병과 함께 지주사 SK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도 발표했다. SK는 SK이노베이션에 4천억 원을 직접 출자하고 1조6천억 원 금융기관 참여 제3자 유상증자에 대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는다.
SK가 SK이노베이션 신주를 인수한 금융기관에 대해 일정 기간 이후 인수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SK는 기존에도 SK이노베이션 지분 55.91%를 지닌 최대주주였지만 앞으로는 더욱 높은 사업 연관성을 띠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는 지주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그룹 차원의 강한 지원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7월30일 간담회에서 SK에게 SK이노베이션이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총괄사장은 SK 대표이사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장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SK 자산가치의 30%, 연결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회사로 두 기업의 주가 상관관계는 약 71%”라며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바로 SK의 기업가치 제고와 직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 리밸런싱이 SK에 끼칠 영향을 놓고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SK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SK이노베이션 자본조달이 완료되면 재무 위험이 크게 완화돼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SK는 1조6천억 원 증자 참여분 대상 PRS 계약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SK이노베이션 리밸런싱 향방에 따라 SK그룹이 더 큰 부담을 안을 가능성도 있다.
장 총괄사장은 특히 올해부터 SK그룹 지주사 수장으로 SK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직접 관리하는 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것으로 여겨진다.
SK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 있던 포트폴리오 관리 부문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했다.
지난 5월 박상규 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물러나고 장용호 SK 대표이사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임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장용호 총괄사장이 그리는 리밸런싱 시나리오는 다가오는 ‘전기화’ 시대의 선두주자는 물론 에너지 기업으로서 입지도 다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사업이 희생되는 것이 없다는 점도 장 사장은 강조했다. 지난 7월30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LNG 밸류체인 전체를 담보로 한 자금조달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총괄사장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SK이노베이션은 다가올 전기화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토탈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사업구조 재편과 자산효율화는 필수불가결하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고 필수 과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의 대비를 강조하며 SK온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배터리 사업의 반등 시점이 불투명해서다. 장 사장이 추진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재무적으로도 그룹 지주사 SK와 연결고리도 강해져 SK온의 실적 반등은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7월30일 서울 종로 서린빌딩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M증권과 KB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이전보다 낮춰 잡고 있다.
계열사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및 자본확충 방안 발표에 더해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의 업황 악화로 2분기 실적까지 부진하게 나온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8조 원 규모 자본확충 계획에 4조3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가 포함된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 매출 19조3066억 원, 영업손실 4175억 원을 냈다. 주력인 석유 및 화학 사업이 적자를 내 1년 전보다 매출은 2.7%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10.9% 증가했다.
더구나 ‘미래 먹거리’ 2차 전지 기업 SK온은 리밸런싱 효과에 재무부담을 덜었지만 자체 사업 부진은 이어졌다. SK온은 지난 2월 트레이딩 사업 담당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 및 유류화물 저장·입·출하 전문 SK엔텀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에 SK온 통합법인은 2분기 영업이익 609억 원을 거두며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냈다. 하지만 주력인 배터리 사업의 영업손실은 664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졌고 손실폭은 1분기(-299억 원)보다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이 도시가스와 윤활유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 사업에서 적자를 내며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리밸런싱과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7월30일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발표했다. SK엔무브가 ‘캐시카우’로 여겨지는 만큼 SK온도 재무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됐고 SK온 재무적 투자자의 전환우선주 전량도 3조5880억 원에 사들여 그동안 이어진 상장 부담도 덜었다.
그럼에도 우려 섞인 평가가 시장에서 나오는 배경에 SK온 자체 수익성이 아직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전통에너지와 신에너지를 아우르는 SK그룹 내에서 E&S 합병에 이어 SKTI와 SK엔텀, SK엔무브까지 SK온에 흡수시켜 자금줄 역할을 맡겼는데 배터리 자체의 수익성 회복이 절실하다”며 “SK온 회생을 위해 전사적 고군분투가 그만큼 값질지 감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단기에 그 희생의 가치가 발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은 합병을 통해 현금흐름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되고 IPO 부담도 덜어 본업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다만 SK온의 회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며 북미와 유럽 전기차 시장 회복을 기대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SK그룹 차원에서도 SK온의 반등은 더욱 중요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은 7월30일 SK온·SK엔무브 합병과 함께 지주사 SK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도 발표했다. SK는 SK이노베이션에 4천억 원을 직접 출자하고 1조6천억 원 금융기관 참여 제3자 유상증자에 대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는다.
SK가 SK이노베이션 신주를 인수한 금융기관에 대해 일정 기간 이후 인수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올해 자본확충 구조. < SK이노베이션 >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레이팅스(S&P Global Ratings)는 지주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그룹 차원의 강한 지원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7월30일 간담회에서 SK에게 SK이노베이션이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총괄사장은 SK 대표이사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장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SK 자산가치의 30%, 연결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회사로 두 기업의 주가 상관관계는 약 71%”라며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올라가고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바로 SK의 기업가치 제고와 직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 리밸런싱이 SK에 끼칠 영향을 놓고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SK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SK이노베이션 자본조달이 완료되면 재무 위험이 크게 완화돼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SK는 1조6천억 원 증자 참여분 대상 PRS 계약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SK이노베이션 리밸런싱 향방에 따라 SK그룹이 더 큰 부담을 안을 가능성도 있다.
장 총괄사장은 특히 올해부터 SK그룹 지주사 수장으로 SK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직접 관리하는 만큼 어깨가 무거워진 것으로 여겨진다.
SK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 있던 포트폴리오 관리 부문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편했다.
지난 5월 박상규 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물러나고 장용호 SK 대표이사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겸임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장용호 총괄사장이 그리는 리밸런싱 시나리오는 다가오는 ‘전기화’ 시대의 선두주자는 물론 에너지 기업으로서 입지도 다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사업이 희생되는 것이 없다는 점도 장 사장은 강조했다. 지난 7월30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LNG 밸류체인 전체를 담보로 한 자금조달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총괄사장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SK이노베이션은 다가올 전기화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토탈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사업구조 재편과 자산효율화는 필수불가결하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고 필수 과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