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우건설이 DL이앤씨, GS건설 등 추격을 뿌리치고 3년 연속으로 국토교통부의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3위 자리를 이어갔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내세우고 있는 내실경영 기조를 강화하는 데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시공능력평가 '3강 구도' 사수, 김보현 내실경영 첫해 한숨 돌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시공능력평가에서 3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31일 국토교통부의 ‘2025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11조8969억 원으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대우건설의 평가액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했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 발주자가 적절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사의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매년 7월31일 발표된다.

시공능력평가 결과는 업계 위상의 핵심 가늠자로 여겨지며 공공공사는 물론 민간공사에서도 입찰 자격, 시공사 선정을 위한 평가 등에 영향을 준다.

대우건설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5~6위를 오가다가 2023년에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순위를 유지하면서 업계 내 2강으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강 자리를 더욱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대우건설의 3년 연속 3위 수성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재무안정성 악화를 겪으면서 경영평가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영평가액은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비율, 자기자본비율, 매출순이익율, 총자본회전율 등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 순차입금비율은 44.1%로 2023년말(23.8%) 대비 10.3%포인트 올랐고 자기자본비율은 34.2%로 같은 기간 1.9%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192.1%로 15.3%포인트 높아졌다.

대우건설의 경영평가액은 1조539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7.5%(5857억 원) 줄었다. 평가 항목 가운데 오름폭이 가장 컸던 신인도 평가 증가분 3278억 원(12.9% 증가)을 상쇄할 정도다.

김 사장으로서는 악조건 속에서도 3위를 지켜내면서 한숨 돌린 셈이다. 지난해 말 김 사장의 취임으로 본격화된 대우건설의 오너경영이 안착할 계기도 마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중흥그룹은 2022년 12월 대우건설 최대 주주에 올라서며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뒤 3년 동안은 정원주 회장과 대우건설 출신 전문경영인 백정완 사장 체제를 이어왔다.

김보현 사장은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주의 사위로 정원주 회장과는 매제-처남 관계다. 오너경영 관점에서는 올해가 첫 출발로 중요한 한 해로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취임 뒤 줄곧 내실경영을 강조하며 수익성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내실경영 기조 속 수익 극대화와 위험 감소를 강조했고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대우건설 특유의 위기극복 DNA를 발휘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경영방침을 내놨다.

김 사장은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올해는 경기 침체 장기화 속 경제와 정치, 사회적 변동성이 위험관리 등에 강한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위기를 새 도약기회로 삼고 내실을 다져 철저한 수행관리로 위험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 지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DL이앤씨와 GS건설이 대우건설에 1조 원 이내 차이로 따라붙은 만큼 김 사장이 내실경영에 더욱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위 대우건설과 4위 현대엔지니어링과 시평액 격차는 1조7278억 원에 이르렀지만 올해 4위 DL이앤씨와 차이는 6786억 원에 그친다.

김 사장은 당장 대우건설에 현금을 쌓으면서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6월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4630억 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25.9% 늘었다. 6월말 기준으로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우건설 시공능력평가 '3강 구도' 사수, 김보현 내실경영 첫해 한숨 돌려

김보현 사장(가운데) 6월12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아파트를 찾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우건설>


김 사장은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주택 부문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수익기반을 다지기도 공을 들이고 있다.

7월 초에는 삼성물산과 경쟁하고 있는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에는 입찰 이전부터 단지를 찾았고 직접 합동설명회를 경영진과 함께 찾아 대우건설 계획을 설명했다. 시공사 재신임 문제가 불거진 한남2구역은 영상을 통해 공을 들이며 갈등을 마무리지었다.

김 사장의 적극적 대응에 힘입어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악영향이 예상된 정부의 고강도 6·27대책 이후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는 올해 분양 목표를 높이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6·27대책 우려에도 대우건설이 추진하는 분양 사업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플랜트 부문은 투르크메니스탄과 모잠비크 사업 등이 연내 착공하면서 실적 공백을 메울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의 주택사업에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김 사장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우건설은 2분기 연결 영업이익 822억 원을 거뒀다. 시장전망치인 974억 원은 밑돌았지만 플랜트 부문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주택 부문 수익성 개선은 확인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매출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과 건축 부문의 원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익성 향상은 구조적 현장 구성 개선에 따른 것으로 올해 하반기를 넘어 2026년에도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