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린수소' 산업 위기에 직면, 경제성 확보에 한계 맞아 제자리걸음

▲ 호주가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그린수소 산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의 프로젝트가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BP의 그린수소 생산설비 건설현장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호주 정부의 목표가 좌초될 위기에 놓이고 있다.

그린수소의 전 세계 수요 기반이 아직 부족하고 생산 비용은 높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기약 없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30일 “호주는 풍부한 자원과 토지를 기반으로 세계 그린수소 선두 국가를 꿈꿨지만 이러한 야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 규모는 모두 2250억 호주달러(약 202조 원)로 집계됐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현재 실제로 가동중인 설비는 3곳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초기 계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년 사이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7건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점도 관련 산업의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더하고 있다.

대형 정유사 BP가 최근 호주에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그린수소 개발 업체들이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뜻이 있는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과 달리 그린수소 생산에 드는 비용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에너지 전문 씽크탱크 IEEFA는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린수소 개발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며 “비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블룸버그 자체 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약 167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 계획이 보류 상태에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수소연료 생산 설비 용량의 약 5배에 이른다.
 
호주 '그린수소' 산업 위기에 직면, 경제성 확보에 한계 맞아 제자리걸음

▲ BP의 그린수소 저장 및 운송 설비 사진.

이미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로 자금을 확보하거나 건설을 시작한 사업의 비중은 1.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린수소는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기술을 이용해 저장과 운송, 사용 과정에서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연료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에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다.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전 세계 그린수소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관련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연료와 비교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은 세계 최대 그린수소 소비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높은 비용 때문에 도입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도 트럼프 정부의 예산 감축법에 그린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관련 인센티브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으며 산업 성장에 불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호주 정부는 그린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최소 40억 호주달러(약 3조6천억 원) 규모 지원 계획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대부분의 자금이 상업성을 입증한 기업에만 제공되는 만큼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호주의 그린수소 수출 계획은 성장성에 제약을 안고 있다”며 “산업 육성을 위한 구상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