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이 주점에서 난동을 일으킨 지 닷새 만에 회사에서 떠나기로 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건설부문과 신사업부문을 김 팀장에게 떼어 줄 것으로 관측됐는데 이번 사건으로 한화그룹의 승계 시나리오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 승계 시나리오 삐거덕, 김동선 한화건설 사직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10일 재계와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김 팀장이 9일 변호사를 통해 한화건설에 사직서를 내면서 앞으로 한화그룹의 후계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김 팀장은 2014년 한화건설에 과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차장으로 승진하며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아 한화건설의 새 먹거리를 찾는 임무를 담당했다. 한화가 새롭게 진출한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사업과 관련한 태스크포스팀(TFT)에 관여하기도 했다.

재계는 향후 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김 팀장이 한화그룹의 건설과 리조트, 백화점, 면세점사업 등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현재 각각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과 핀테크사업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장남에게 그룹의 모태인 방산계열사를 포함해 태양광과 화학계열사를 경영하도록 하고 차남에게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김 팀장에게 건설 등 나머지 계열사를 각각 나눠 경영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꼽혔다.

한화건설의 경우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1위를 기록했다. 다른 대기업들의 건설계열사보다 순위가 뒤처지는 등 규모는 작지만 현재 계약규모가 101억 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현금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이 야심차게 뛰어든 면세점사업은 지난해 7월에 정식으로 개장한 뒤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 차원에서 지원이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 팀장이 술집난동사건을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이런 승계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팀장의 사건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10일 공개돼 재벌3세의 갑횡포를 다룬 영화 '베테랑'의 실사판이란 누리꾼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9일자에서 김 팀장 사건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사건 등과 함께 한국재벌가 3세 경영인들의 일탈행위로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김 팀장이 물의를 빚은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2010년에도 서울시 용산구의 한 호텔 주점에서 만취한 채로 여종업원을 성추행하고 보안직원 2명을 폭행하며 유리창과 집기 등을 부순 혐의로 입건됐다. 최근 술집난동사건으로 김 팀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당분간 경영에 나서기는 어렵게 됐다.

김 회장이 김 팀장의 사건을 접한 뒤 크게 분노했던 것도 승계 시나리오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은 5일 김 팀장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 만큼 벌을 받고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져라”라며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