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을 비롯한 금융회사 10여 곳이 연루된 육류담보대출 사기가 금융회사 사이의 소송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양생명이 담보물에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육류담보대출은 채권회수의 우선권을 가릴 기준이 불분명해 법적으로 다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육류담보대출 3803억 원을 유통회사들에게 빌려줬는데 2837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상당액이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유통업체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육류담보대출은 육류 유통업자가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고 받은 담보확인증으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는 유통업자와 창고업자가 공모해 중복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현재까지 동양생명뿐 아니라 화인파트너스와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한국캐피탈, 조은저축은행, 세람저축은행 등 14곳 이상의 금융회사가 연루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금융회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6천억 원 수준인데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피해액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육류담보대출은 등기 의무가 없는 양도담보대출로 분류된다. 육류는 유통기간이 짧아 등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등기가 없는 경우 법적으로 선순위 채권자격이 인정되기 않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문제가 된 담보물들을 놓고 각자 채권회수 우선권을 주장하고 있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양생명이 승인한 육류담보대출 가운데 후순위대출은 없으며 동양생명이 돈을 갚는 첫 번째 순위인 경우에만 돈을 빌려줬다”고 말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는 셈이다.
동양생명은 다른 금융회사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채권단을 꾸리고 있는 것과 달리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정하고 독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동대응에 나설 경우 담보물을 다른 금융회사들과 나눠가져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의 연체액이 연루된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만큼 공동대응에 나설 경우 손실규모가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등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창고업자가 발행한 담보확인증이나 대출실행일 등을 토대로 각자 유리한 정황을 주장할 것”이라며 “먼저 대출해준 금융회사에게 채권회수 우선권이 있다고 볼 수 있을 지를 놓고도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