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붑커 훅스트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이 2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의 204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일(현지시각) 204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계획은 기존에 예고했던 대로 2040년까지 유럽연합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기존 계획과 차이점은 탄소 배출권을 통한 탄소 상쇄를 최대 3%포인트까지 허용한다는 타협 방안을 담았다는 점이다. 탄소 상쇄란 기업이나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는 그대로 배출하면서 나무를 심거나 생태계를 복원하는 등 다른 감축 활동을 통한 실적을 인정받아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유럽연합의 결정을 비판했다.
모하메드 아도우 에너지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 소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이 2040년 목표에 탄소 배출권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목표 신뢰성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이 남긴 기후대응 공백을 유럽이 메워야 하는 시점에서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탄소 배출권은 환상에 불과하며 부유한 세계가 화석연료를 계속 연소하면서도 기후변화가 세계 다른 곳에서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붑커 훅스트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유럽만이 기후대응에서 가장 앞장서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제 기후대응을 위해 리더십을 갖고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감축 계획은 아직 의회와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계획 반대파 국가들은 이번 계획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가디언은 여기에 프랑스까지 동참하고 있어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2040년 감축 계획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될 2035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별도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관습적으로 유럽연합은 두 의제를 서로 연동해 운영해왔으나 둘을 분리하게 된다면 감축 목표가 약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멜리 로랑 싱크탱크 '벨로나 유럽' 정책자문위원은 가디언을 통해 "대다수 유럽연합 국민들은 여전히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지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 정책 입안자들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같은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