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도 새 대통령 등장과 함께 중도하차하는 운명이 되풀이됐다.
황창규 회장이 KT 회장의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뜻을 품는 과정에서 KT 회장이 겪었던 중도하차 운명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이 됐든 혹은 새 회장이 취임하든 올해 조기대선이 유력한 만큼 이런 KT 회장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결국 회장을 선임하는 CEO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고 사외이사들이 강력한 병풍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될 때 가능해 보인다.
◆ KT 회장 중도하차 종지부 찍을까
4일 KT 안팎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든 혹은 새 회장이 들어서든 새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중도하차하는 ‘악습’을 마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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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황 회장은 KT의 백년대계를 완성하기 위해 연임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였으나 새 대통령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중도하차해야 하는 불명예를 겪는 KT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만큼 황 회장도 그런 불명예를 입을까 고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밀했다.
실제로 황 회장의 전임자인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회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으나 새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두 회장 모두 비리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뒤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물론 이런 과정은 KT에 새 회장을 앉히고자 하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남 전 사장은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KT맨‘인데 2007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퇴진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2008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면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역임했는데 2009년부터 KT의 최고경영자를 맡은 뒤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배임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다가 사임했다.
◆ CEO추천위원회 인사독립 쟁취할까
이번에는 이런 악습의 종지부를 찍을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 게이트로 정경유착이 근절돼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KT가 이런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회장 인선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여줘야 하고 제대로 된 회장을 뽑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 회장 인선과정부터 정치권의 외풍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KT는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후보를 뽑는다. CEO추천위원회는 경영 및 경제에 관한 지식, 경영 경험,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등 기준으로 평가해 최종후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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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채 전 KT 회장(왼쪽)과 남중수 전 KT 사장. |
이번에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기존 위원회와 비교해 출신배경에서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만한 조건을 갖췄는가 하는 점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황 회장이 취임한 뒤 이석채 전 회장 때 권력의 줄을 타고 들어온 것으로 의심받았던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돼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KT의 인사독립을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CEO추천위원회는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구현모 부사장과 7명의 사외이사를 포함해 모두 8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KT의 사외이사는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 겸 빅데이터연구원 원장,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 장석권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박대근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정동욱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 김대호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ICT대연합) 정책자문위원 등이다.
이 가운데 송도균 사외이사와 차상균 사외이사는 이석채 회장 시절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왔는데 이 전 회장과 인연이 있다. 송 사외이사는 이 전 회장과 함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차 사외이사는 KT의 협력회사인 SAP코리아 한국연구소 소장 출신이다.
김대호 사외이사는 2014년 민병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간한 ‘공공기관 친박근혜 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한 사외이사들이 KT 회장의 인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는 점이 새 대통령 등장과 함께 회장이 중도하차하는 관행을 끊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