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CFO 성낙선 애써 마련한 2조로도 유동성 안심 못해, 롯데지주로 전이 막기 안간힘

▲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이 6월 안에 나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정기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7626억 원, 3477억 원, 8948억 원. 롯데케미칼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낸 영업손실 액수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이 6월 안에 나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정기평가 결과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롯데케미칼 실적 악화는 롯데그룹 전반의 위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롯데지주의 신용등급과 직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자 롯데지주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 계열 총자산의 41%, 매출의 48.1%, 총차입금의 27.1%를 차지한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롯데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를 한눈에 보여줬던 사례가 바로 2024년 불거졌던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논란이다. 

당시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롯데쇼핑 등은 롯데그룹이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루머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주가는 루머가 퍼진 당일 각각 10.2%, 6.6% 하락해 시장 우려를 그대로 반영했다.

◆ 성낙선 CFO, ‘자산 경량화’로 2조 원 마련

성낙선 CFO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논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자산 경량화(Asset Light)’ 카드를 내세워 유동성 위기에 대처해왔다.

유동성 위기설이 터지기 한 달 전에는 미국 내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 LCLA 지분 40%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해 6626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합작법인 LUSR은 청산했다.

최근까지도 자금 조달을 위한 사업 정리와 지분 매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일 연면적 5775㎡ 규모 수처리 사업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비공개였지만 업계는 최소 2천억 원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월에도 파키스탄 소재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 판매 자회사 LCPL의 보유 지분 75.01% 전량 처분해 매각 대금 979억 원을 확보했다. 3월에는 일본 정밀화학기업 레조낙 지분 4.9% 전량을 2750억 원에 매각했다. 

PRS 계약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3월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에 보유한 지분 49% 가운데 24%를 활용해 PRS 계약을 맺고 65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PRS는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계약 기간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되 계약 만료 시점에 주가 변동분 만큼 수익 혹은 손실을 증권사와 정산한다. 

성 CFO가 자산 경량화 전략으로 현재까지 마련한 자금은 1조7천억 원 정도다. 알려지지 않은 수처리 사업 매각 금액까지 합하면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매각 대금을 모두 투입해도 재무구조가 단번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3천억 원에서 2024년 7조3천억 원으로 24배 이상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2022년 55.14%, 2023년 65.46%, 2024년 72.87%로 매년 상승했다. 

◆ 이중고에 처한 롯데케미칼, 올해는 재무구조 개선될까

성 CFO가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는 실적이다. 불어나는 차입금과 이자부담을 롯데케미칼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업황과 재무구조가 동시에 악화되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2022년 역대 최대 규모 해외 투자 사업인 5조 원대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23년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천억 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를 확장하려는 시점이 석화 업황 부진과 겹쳤다. 영업현금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재무 부담이 심화됐다.

성 CFO는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투자의 완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라인 프로젝트가 “하반기 상업 생산을 예정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가 완료됨에 따라 재무 부담이 완화돼 올해 이후 추가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현금흐름 흑자 전환을 조심스레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부진한 실적에 대해 사과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 프로젝트가 올해 마무리되면 연평균 3조 원에 달하던 연결 설비투자(CAPEX)가 올해 1조4천억 원, 2026년에는 7천억 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더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5월8일 ‘2025 한국신용평가 그룹분석 웹캐스트’에서 “현금창출력 약세, 이자부담 등을 감안할 때 늘어난 차입 부담을 당장에 감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롯데케미칼은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