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소재사업 시황 개선에 따른 실적 반등을 발판 삼아 해외 식품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사장은 단단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해외 식품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성장 토대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상의 올해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2024년보다 13% 증가한 1999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상은 지난해 전년보다 43% 급증한 영업이익 1769억 원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고,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영업이익 573억 원을 내며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앞서 대상 영업이익은 2020년 1744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1532억 원, 2022년 1400억 원, 2023년 1237억 원으로 매년 뒷걸음쳤다.
대상 영업이익이 4년 만에 반등한 주요인으로는 소재사업 업황 개선 때문이다. 대상은 라이신업황이 악화하면서 2022년부터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았다. 라이신은 돼지와 닭 등 가축의 발육을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중국 경기 후퇴와 외식 소비 위축에 따라 라이신 가격이 하락했고, 중국 현지 라이신 생산회사들이 잇달아 설립되면서 시장에 쏟아진 저가 제품들이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대상의 사업부문은 식품사업과 소재사업으로 구성되는데, 라이신사업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소재사업부문에 속해 있다.
라이신 가격은 지난해 초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1월부터 유럽연합(EU)은 중국산 라이신 수입분에 58.3~84.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라이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중국산 라이신 유럽 판매 가격이 한국산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국내(군산공장)에서 라이신을 생산해 수출하는 대상의 수혜가 예상된다.
올 1분기 대상 라이신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150% 증가하며 소재사업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신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가격 하락으로 2023년까지만 해도 적자였던 대상 라이신 사업이 2025년 소재 이익 개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상의 소재 사업은 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고 전분당 사업의 경우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어 국제 선물가격, 해상운임료 및 환율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상 소재 산업은 발효기술 기반 조미 소재, 아미노산, 클로렐라 등 바이오, 라이신 사업과 식생활 및 기능성 소재를 제공하는 전분당 사업으로 나뉜다.
임 대표는 해외에서 대상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찾아 나섰다. 임 대표는 3월 대상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시장은 성장률 둔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해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성장 잠재력이 큰 해외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상의 해외시장 주력 상품은 단연 ‘종가 김치’다.
종가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 홍콩 등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종가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약 390억 원)에서 지난해 9390만 달러(약 1280억 원)로 3배 이상 늘었다. 한국 김치 수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임 대표는 단단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해외 주요시장 김치 생산기지 확대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대상득비엣의 ‘흥옌 공장’ 전경. <대상>
대상은 폴란드 크라쿠프에 6613㎡(2천 평) 규모의 김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애초 지난해 말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현지 사정 등으로 완공 시기를 내년 말로 연기했다. 이 공장에선 유럽에 판매할 연간 3천 톤의 김치를 생산한다. 기존에는 폴란드 협력사 공장에서 소량의 김치를 생산해왔다.
앞서 작년 6월에는 대상의 자회사 대상득비엣이 제2공장을 완공하고 기존에 없던 김치 생산라인을 새로 갖췄다.
2022년 3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연간 2천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첫 현지 김치 공장을 준공했다. 아시아권을 벗어난 대상 최초의 해외공장이다. 2023년엔 미국 현지 식품 제조업체를 인수하고 김치, 편의식, 고추장·소스류 등 K-푸드 현지 생산을 늘렸다. 대상 미국 현지 법인 매출은 2021년 1189억 원에서 지난해 1913억 원으로 60.9% 증가했다.
대상은 종가 김치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삼양식품의 ‘불닭’과 같이 세계시장에서 매출 1조 원을 넘게 내는 메가브랜드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종가 단일 브랜드로 2~3년 안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종가 브랜드 연간 매출은 약 5천억 원이었다.
평사원에서 출발해 CEO까지 오른 임 대표는 2017년 대상 대표이사에 오른 뒤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다만 대상이 2020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뒤부터 3년 동안 연간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임 대표가 소재 사업에서 시작된 실적 반등을 식품사업 해외시장 확대 성과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대상이 글로벌 투자 확대에도 안정적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경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대상은 2025년 3월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45.4%, 순차입금의존도 23.5%,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2.1배로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재무안정성 시현 중”이라며 “국내외 생산설비 증설, 지분투자 등이 지속될 전망으로 투자 부담이 존재하나 연간 EBITDA 2700억 원 안팎의 양호한 수익창출력을 기반으로 자금소요에 대응하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