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인도네시아 ODM 거점화 박차, 이병만 현지 유통강자와 손잡고 동남아 정조준

▲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가 올해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맥스>

[비즈니스포스트] 코스맥스가 인도네시아 법인을 전초기지 삼아 동남아시아 최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허브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인구 규모와 시장 성장성 면에서 동남아시아 최대 뷰티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이다.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는 올해 지주사에서 사업회사로 자리를 옮기며 실무 경영 전면에 나섰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핵심 거점으로 삼고 생산능력 확대 및 프리미엄 기술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현지 유통 강자인 ‘소시올라’와의 전략적 협업까지 더해지며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아우르는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19일 코스맥스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이병만 대표가 올해 주력 시장으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기준 시장 규모 약 720억 달러 및 연평균 성장률 8.3%를 기록 중인 동남아시아 대표 뷰티 시장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의 연간 생산능력(CAPA)은 약 2억3천만 개 수준이다. 현재 가동률은 연(年)환산 기준 36.5%에 머물고 있지만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현지 생산 제품의 약 80%가 인도네시아 내수용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2027년 인도네시아 제2공장이 완공되면 총 CAPA는 연간 8억 개까지 확대된다. 코스맥스는 이를 통해 3년 안에 동남아시아 최대 ODM 거점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코스맥스가 인도네시아에 시장 공략을 위해 주목하는 핵심 유통 파트너는 ‘인도네시아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현지 1위 뷰티 유통사 '소시올라'다. 소시올라는 전국에 5만1천 개의 유통 채널과 113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소시올라 내 해외 브랜드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이 가운데 K-뷰티 브랜드가 30~40%를 차지하며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일부 한국 브랜드는 입점 이후 6년 만에 매출이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시올라의 고객 구성도 K-뷰티에 유리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 고객의 90% 이상이 신제품과 가성비 제품에 민감한 MZ세대로, 구매력은 다소 낮지만 브랜드 충성도와 트렌드 수용력이 높다. 특히 선케어, 세럼, 앰플 등 기초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소시올라가 운영하는 뷰티 리뷰 플랫폼 ‘소코’도 이병만 대표의 현지 전략에 실질적 동력을 더하고 있다. 소코는 약 800만 명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6만2천여 개의 제품과 2천 개 이상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리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소코는 단순 리뷰 기능을 넘어 제품 반응을 검증하는 일종의 ‘테스트 마켓’ 역할까지 수행한다. 코스맥스는 소코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반응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제품 기획 및 개선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진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ODM 거점화 박차, 이병만 현지 유통강자와 손잡고 동남아 정조준

▲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이 2월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코스맥스 이노베이션 콘퍼런스 2025’를 개최했다.<코스맥스>


일각에서는 코스맥스가 현지 소비자 반응을 신속하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배경으로 ‘조직 구조’를 주목하고 있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은 전체 인력의 약 절반이 영업, 마케팅, 연구직 등 사무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해외 법인들이 생산직 위주로 운영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 인근 태국 법인의 경우 생산직 비중이 약 75%에 이른다.

사무직 중심의 조직은 현지 소비자 취향이나 시장 트렌드 분석에 보다 유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 기획·개발·수정 과정도 민첩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이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전략적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병만 대표는 최근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축적한 ODM 경쟁력을 토대로 장기 성장의 교두보를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핵심 유통 파트너인 소시올라는 인도네시아를 넘어 베트남까지 2차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시장이다. 코스맥스로서는 동남아시아 시장 전역에 K뷰티 ODM 파트너사로의 입지를 강화할 전략적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는 K-뷰티가 미국을 넘어 글로벌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인디 브랜드 성장의 중심에 있는 핵심 ODM사로 주목받고 있다”며 “동남아시아 생산 거점은 점진적 성장세가 예상되며 중장기 외형 확대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이병만 대표가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를 주력 시장으로 점찍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에 현지 시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코스맥스는 할랄 시장의 가능성을 일찍이 포착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은 국내 ODM 업계 최초로 2016년 무이(MUI) 할랄 인증을 획득했으며 모든 제품을 할랄 기준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 누적 등록 제품 수만 238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현지 최대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특히 공장 단위의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평균 2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현지 공장에서 인증을 완료한 코스맥스는 당분간 확실한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들이 뒤늦게 인증을 받더라도, 그 시점에는 코스맥스가 시장 점유율을 굳힌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진출 이후 10여 년에 걸쳐 동남아시아 및 할랄 시장 기반을 구축해 왔다”며 “동남아시아 시장 이해도를 바탕으로 인접 국가로의 진출을 확대하며 적극적 외형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