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준비' 이재명 vs '내홍 수습' 김문수, 선거운동 첫날 이렇게 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2일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탄핵'을 외쳤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유세와 정책발표까지 오래 준비한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경쟁 상대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단일화 후폭풍'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 선거운동 첫 날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빛의 혁명’ 유세로 대통령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던 광화문 일대에서 선거운동 출정식을 연 것은 이번 대선이 12·3 비상계엄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후보 출정식은 짜임새 있는 식순에 따라 진행됐고 오전이었지만 많은 지지자들이 운집해 이 후보를 응원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11일 늦은 오후까지 '12일 첫 선거운동 일정'이 공지되지 않았다. 이후 첫 선거운동 장소로 서울 가락시장 방문을 선택했다고 알렸다.

특히 김 후보는 후보 확정이 늦어진 탓에 선거 운동복, 유세 차량 등에 후보의 얼굴과 이름을 새길 물리적 시간조차 부족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며칠 동안 후보 이름과 얼굴 없이 당명과 ‘기호 2번’만 내세우는 선거운동을 펼치게 됐다. 
 
'오랜 준비' 이재명 vs '내홍 수습' 김문수, 선거운동 첫날 이렇게 달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12일 오전 첫 선거운동 장소로 서울 가락시장을 찾았지만 당명과 후보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점퍼를 입고 있다. 이후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 이름 등이 새겨진 야구선수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실제 김 후보가 이날 이른 오전 가락시장을 방문했을 때 김 후보가 걸친 붉은색 점퍼에는 ‘기호 2번’과 ‘국민의힘’, ‘김문수’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 김 후보는 가락시장 방문 뒤 같은 날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이름과 당명이 새겨진 의상을 입었다.

이 후보의 '준비 부족'은 10대 공약 발표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 이한주, 진성준, 김성환 선대위 정책본부장이 10대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별도의 발표나 설명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서로 등록하는 데 그쳤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에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군·검찰·사법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의지도 함께 담았다. 

이한주 정책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을 준비하면서 성장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며 “올해 1% 성장도 안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데 경제성장을 이뤄야 저출생, 고령화, 기후위기, AI(인공지능) 등에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이날 선거운동 일정도 각 진영의 준비 정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서울 광화문에서 출정식을 마친 뒤 성남시 판교에서 혁신 산업 종사자들과 'K-혁신' 브라운백 미팅(도시락 회의)을 진행하고 동탄과 대전에서는 각각 ‘반도체’와 ‘과학기술’을 주제로 유세를 펼친다. 선거운동 첫 날부터 지역 특색에 따른 맞춤형 유세를 진행한 셈이다. 

이승훈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은 12일 YTN 뉴스퀘어에서 “판교라든가 동탄 같은 곳은 반도체, AI 기술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를 방문해 국가전략산업인 과학기술에 대해서 정말 많이 신경 써서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챙겨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후보는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지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다. 외연 확장에 앞서 지지층 결집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랜 준비' 이재명 vs '내홍 수습' 김문수, 선거운동 첫날 이렇게 달랐다

▲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 한양E&C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름이 보이는 유세차량(왼쪽)과 국민의힘의 유세 차량이 함께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선거운동에 대한 자신감의 정도도 확연히 달랐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대통령을 뽑는 22일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은 준비돼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김 후보로부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서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아 수락한 상태라 제가 짧은 시간 동안 당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당면한 현안들에 대한 입장과 개혁 비전을 말씀드려야 하나 아직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것이 아니고 전국위원회 인준 절차가 있으니 구체적 내용들은 그 결과에 따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은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에게 이날부터 22일 동안 주어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보다 지지도가 낮은 김 후보로서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을 영입한 매머드 중앙선대위 구성을 지난 4월30일에 마무리 짓고 5월11일까지 ‘경청 투어’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미 전국 51개 지역을 돌았다.

반면 김 후보는 이 후보와 달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발이 묶였던 데다 이날 한 전 총리의 선대위원장 임명까지 불발되면서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선대위 참여도 김 후보가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 측면에서 민주당과 비교해 어려운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국민들이 마지막까지 선거운동에 임하는 자세를 지켜볼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김 후보는 이날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선거가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 선대위 체체 정비도 쉽지 않아 이번 선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라며 “시험공부 평소에 잘해놓아도 막상 시험 봤을 때 집중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면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지금 우리당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