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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월8일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찾았다. 왼쪽은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오른쪽은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현대건설이 올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아쉽게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에 실패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주문을 받아 내실경영에 주력한 결과 마침내 결실을 냈다.
현대건설은 내년에 정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을 앞둬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사업과 주택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 건설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 눈 앞
20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올해 4분기에 영업이익 2900억~3천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건설은 올해 1~3분기까지 영업이익 7507억 원을 거뒀는데 4분기 영업이익이 더해질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서는 건 현대건설이 처음이다.
정수현 사장이 외형보다 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친 데다 몇년째 국내 주택시장에서 호황이 계속된 점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저가수주에 매달리지 말고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할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현대건설 해외건설부문의 원가율은 3분기 말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포인트 개선됐다. 원가율은 판매가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높다.
미청구공사액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4조2658억 원이었던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3분기에 3조6089억 원으로 6568억 원이 줄었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가리킨다. 발주처가 건설사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올해 주택시장 호황 덕을 톡톡히 봤다.
현대건설은 올해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신규주택을 공급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전국 22개 단지, 1만7278가구를 공급했다.
현대건설의 3분기 건축·주택부문 매출은 4조55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9.7%였다. 2014년과 2015년 건축
·주택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전체의 23.2%, 22.9%였으나 큰폭으로 증가했다.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되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주택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전국 9개 단지, 6736가구를 공급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10번째로 많은 신규주택을 공급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10월 서울 서초구에서 힐스테이트를 분양하며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는데 2년 만에 30여 개 단지, 2만여 가구를 공급했다.
◆ GBC 착공은 호재, 해외와 주택시장은 불확실성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2017년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전부지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7대 3의 지분 비율로 참여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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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대로 GBC 착공에 들어가 2021년 말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 공사에 현대자동차가 1조4146억 원, 기아차가 5144억 원, 현대모비스가 643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자해 공사비만 2조572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 사장이 1조 영업이익을 계속 유지해 가는 데 걸림돌도 있다.
2017년에도 해외사업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외수주가 회복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해외수주가 회복되려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까지는 상승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올해 해외수주는 크게 부진했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매년 100억 달러 이상 해외수주를 거뒀지만 올해 해외수주는 29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14%가량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해외수주는 23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59% 급감했다.
정 사장에게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 이후로 과열양상이 한풀 꺾인 상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금리 역시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현대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THE H)’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존에 ‘힐스테이트’라는 아파트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말 디에이치를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현대건설은 분양가격이 3.3㎡당 3500만 원이 넘는 단지에만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한다.
디에이치 브랜드를 달고 처음 분양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지만 일반 분양분 69가구가 계약 시작 4일 만인 9일 완판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디에이치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앞으로 주택시장에서 현대건설의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