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정준 SKE&S 사장과 김준 SK에너지 사장 가운데 누구를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대표로 전진배치할까?

20일 SK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이 21일 사장단인사를 실시하는데 최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유 사장이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준 SK에너지 사장의 이름도 유력하게 거명된다.

  SK그룹 사장단 인사 초읽기, SK이노베이션 누가 맡나  
▲ 유정준 SKE&S 사장(왼쪽), 김준 SK에너지 사장.
최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조직의 쇄신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4년 동안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온 김창근 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 의장을 대신해 SK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정철길 부회장이나 조대식 SK 사장이 의장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는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 정 부회장도 김창근 의장과 함께 2선으로 후퇴하고 조대식 SK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의 경영을 책임질 새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SK그룹의 계열사를 놓고 볼 때 SK이노베이션과 비슷한 분야인 에너지사업을 하고 있는 유정준 SKE&S 사장이 새 대표로 이동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유 사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4년가량 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시가스사업을 하는 SKE&S의 경영을 이끌고 있다.

SKE&S의 사장을 맡으며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LNG사업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낸 점을 감안할 때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사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 사장은 이미 SK그룹에서 주요 계열사와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2년에 SK 전무로 승진했고 SK그룹의 해외진출 전초기지인 SKI를 설립할 때 초대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SK에너지의 1호 분사기업인 윤활유 전문회사 SK루브리컨츠의 초대 사장을 맡아 성장기반을 닦기도 했다.
 
유 사장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강하게 받고 있다.
 
유 사장은 2003년 SK의 분식회계 사건이 불거질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채권단과의 협상을 무난히 마무리했다. SK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헤지펀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소버린과의 대화창구 역할을 소화했다.

그러나 김준 SK에너지 사장이 정철길 부회장 후임으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사장은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987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해 석유사업, 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등을 맡은 전략통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장을 맡아 석유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적임자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