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구조를 개선할까?
강 본부장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찬성을 놓고 거센 압박에 직면하자 정책에 변화를 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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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
권미혁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을 결정했다”며 “기금운용의 투명성은 국민의 제도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찬성을 놓고 비판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에 올라 또 한차례 회오리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강 본부장은 박근혜 게이트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고교 1년 선배로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안고 있어 특검수사가 확대될 경우 거취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더욱이 강 본부장은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삼성그룹을 밀어주기 위해 중소형주에 불리한 정책을 펼쳤다는 말도 듣는다.
기금운용본부는 6월 위탁운용사들에게 순수주식형, 장기투자형, 대형주형은 벤치마크 지수의 50% 이상, 사회책임투자와 가치주형은 60% 이상, 중소형주형은 20% 이상을 복제하라는 밴치마크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복제율이란 벤치마크 수익률을 얼마나 잘 따라잡았는지를 말한다. 벤치마크는 성과평가 기준이 되는 지표로 투자수익률이 벤치마크보다 높으면 초과수익률이 발생해 성공적인 투자를 실행했다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위탁운용사들이 복제율을 따라가기 위해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고 대형주, 특히 벤치마크 지수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 그 결과 중소형주로 구성된 코스닥도 급격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강 본부장은 비판의 대상이 된 기금운용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16일 벤치마크 복제율을 폐지하고 수익률 평가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위탁운용사 수익률 평가기준에서 1년 수익률을 배제하고 3년 및 5년 수익률로 따져 자산운용사 평가방식을 단기수익률에서 장기수익률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변경으로 위탁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에 투자할 여력이 커지게 됐다.
강 본부장은 최근 도입요구가 높은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 채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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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혁(왼쪽)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
스튜어드십코드 채택은 국민연금 가입자단체 대표 20인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지만 영향력을 감안하면 강 본부장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불분명한 의사결정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조직인 투자위원회가 심의와 의결을 거쳐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현행 국민연금의 내부지침은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외부인사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투자위원회 결정을 따를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맡길지 여부를 놓고 내부지침이 없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19일 토론회에서 “현행 국민연금의 의결행사권 지침이 모호해 기금운용본부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기금운용본부 의견과 외부 분석업체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의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