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와 노키아 등 과거 휴대폰시장을 주름잡던 유명 브랜드가 중화권업체로 넘어가 내년부터 신제품 출시를 앞두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중국 레노버가 모토로라 상표권을 확보해 인도시장에서 자리잡은 것과 같이 브랜드 경쟁력을 살려 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블랙베리 브랜드,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중국업체로 넘어가  
▲ 존 첸 블랙베리 CEO.
블룸버그는 16일 “블랙베리가 자체 스마트폰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뒤의 계획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고 있다”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랙베리는 중국 가전업체 TCL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블랙베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브랜드 사용료 등 상세한 계약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블랙베리는 중저가 스마트폰 2종을 개발해 TCL에 위탁생산을 맡겨왔는데 이번 계약으로 상표권을 완전히 넘겨주며 자체 스마트폰사업에서 사실상 완전히 손을 뗀 셈이다.

TCL은 디스플레이업체 차이나스타를 계열사로 둔 대형 가전기업으로 북미에서 ‘알카텔’ 브랜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3분기 기준 9% 정도의 시장점유율로 LG전자에 이은 4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사업을 저가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며 TCL은 8천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지만 올해부터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되며 밀리며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브랜드를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시장으로 사업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베리와 같이 과거 휴대폰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브랜드의 운명이 중화권 스마트폰업체의 손에 넘어간 것은 모토로라와 노키아에 이어 세번째다.

모토로라는 2011년 구글에 매각됐지만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 사업계획을 포기하며 3년만에 다시 중국 레노버에 넘어갔다. 레노버는 현재 모토로라 브랜드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다.

노키아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최근 대만 홍하이그룹에 상표권이 넘어갔다. 노키아는 내년부터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놓고 시장에 다시 정식으로 진출할 계획을 내놓았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스마트폰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지만 아직 피처폰의 비중이 높은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2위 규모로 떠오른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레노버는 3분기 기준 9.2%의 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와 현지업체 마이크로맥스에 이은 3위에 올랐다. 출하량도 연간 15%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노키아 역시 2014년까지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4위권을 유지했던 만큼 인도를 중심으로 보급형 스마트폰의 비중이 높은 신흥국가를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이 유력하다.

  블랙베리 브랜드,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중국업체로 넘어가  
▲ 중국 TCL이 위탁생산한 블랙베리 스마트폰.
블랙베리 역시 북미에서 TCL의 기존 시장기반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신흥시장으로 공략을 더욱 확대하며 점유율 회복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 인구가 많고 스마트폰 수요증가가 곧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블랙베리는 아직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베리는 TCL에 브랜드 사용권을 제공했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블랙베리 브랜드의 상표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블랙베리가 다양한 국가의 시장상황에 맞는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으며 열 군데도 넘는 제조사를 통해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자체사업을 중단해도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을 통해 얻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존 첸 블랙베리 CEO는 “향후 더 많은 업체들에 상표권 사용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특히 인도시장에서 현지업체와 브랜드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2% 안팎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블랙베리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인도 시장공략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