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가 ‘유상증자 배정물량 전량 참여’를 통해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사업에 힘을 싣는다.

다만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에게는 재무부담이 추가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화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김 사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 성장에 힘을 싣는 결정을 내렸지만 갈 길 바쁜 건설부문에는 현금 유출 및 부채 상승 요인이 추가될 수 있어서다.
 
한화 잘나가는 방산에 힘 싣는다, 김승모 자체사업 '건설부문' 재무 부담은 더 커져

▲ 한화 이사회 의장인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제7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화>


27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확한 유상증자 참여 금액은 오는 5월29일 발행가액이 확정된 뒤 결정된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월24일 신주 상장일로 하는 3조6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이에 한화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쥐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율 33.95%에 따라 배정된 신주 162만298주를 예정 발행가액 기준 1주당 60만5천 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모두 9803억 원 규모다.

시장 일각에선 자금에 여유가 없는 한화가 실권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모회사로서 우량 자회사 지분을 유지하고 그룹 차원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을 싣기 위해 유상증자에 전량 참여하기로 한 것을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자체 자금 활용 또는 차입 등이 아닌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해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결기준으로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영업이익 1조731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2조9677억 원을 보유했다.

이를 놓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해외 입찰에 따른 신속한 현지 대규모 투자를 위한 당위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한화도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주주총회에서 “차입을 활용한 투자계획을 고민했지만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재무구조가 악화하면 경쟁입찰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며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김승모 사장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과감한 투자 필요성에 공감하며 자회사 성장으로 한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유상증자 참여 공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놓고 “지속적 고성장이 예상되는 종속회사”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을 향한 자신감이 읽히는 부분이다.

시장 안팎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에는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점은 김승모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가 한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 부분이 함께 존재한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화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지주사 역할을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외에도 한화솔루션(36.15%), 한화생명(43.24%) 등 주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에게 가장 우량한 자회사로 여겨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과가 한화 연결기준 실적 및 재무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및 재무지표가 한화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력 자회사들의 신용도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을 한화의 신용등급(A+) 상향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AA-)이 최근 실적 부진 및 재무 안정성 저하 탓에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낮춰진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요도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이번 유상증자 관련 보고서에서 “한화의 신용도를 떠받치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용도 변화를 살펴볼 것”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안정적)는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확충으로 신용도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반면 우량 자회사의 투자 재원 마련 역할을 모회사가 떠안았다는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화의 주력 자체사업인 건설부문의 수장인 김 사장에게는 최근 실적 저하와 함께 재무개선에서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화는 9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 재원을 현금 및 금융조달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아직 큰 틀만 발표됐을 뿐 구체적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한화 별도기준 재무상태를 보면 현금 보유 수준이 넉넉하지 않은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한화는 지난해말 별도기준으로 1868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들고 있다.

건설부문을 자체 주력사업으로 하는 한화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20위 이내 건설사 가운데 금호건설(1821억 원), 서희건설(1848억 원)에 이어 3번째로 적다.

최근 업황이 바닥을 치면서 다수의 건설사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미 가용현금이 많지 않은 한화 건설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참여로 이런 흐름과는 역행하게 되는 것이다.
 
한화 잘나가는 방산에 힘 싣는다, 김승모 자체사업 '건설부문' 재무 부담은 더 커져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유상증자 재원은 대부분이 차입 등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나오는데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부채비율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한화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한화건설을 합병한 2022년 말 220.9%까지 높아졌다가 2023년 말 209%, 지난해 말 194.3%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유상증자 참여로 상승 요인이 추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신 한화가 부채비율 상승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한화의 재무상태는 신용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한화의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으로 자체적 재무 부담이 확대되는 점을 꼽고 있다.

다만 한화그룹은 한화가 실제로 유동성을 확보할 창구가 남아 있고 그룹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 등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우선 한화는 당초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 현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의 현금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부채를 줄여 금융비용을 줄이는 전략에 따라 현금 보유 규모가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단기에 확보할 수 있는 가용자금 규모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크게 뛰어넘는 9천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약 1800억 원에 미인출 한도대를 포함한 수치다. 미인출 한도대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인출 및 상환이 가능한 차입금을 말한다.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구체적 유상증자 참여금액과 자금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화) 자체적 자금 부담 수준과 재무구조 변화에 관한 예측이 어려워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한화의 차입금 및 부채비율은 어느 정도 확대될 것”이라며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속적 성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한화의 주주가치를 상승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