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수주절벽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신규수주에서 다른 조선사들보다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반년 넘게 신규수주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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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사장은 수주난이 장기화하자 자구안의 이행 강도를 더욱 높여가며 불황에 버틸 체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하반기에 민간 선사로부터 수주를 단 한건도 따내지 못해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에 그리스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선박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을 수주한 뒤 반 년 넘게 수주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상선부문의 신규수주 금액은 11월 말 기준으로 모두 8억8천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반년 가까이 수주금액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이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해양플랜트와 LNG선박 계약 등을 따내며 수주성과를 내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10월 조선과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모두 21억 달러를 수주했다. 상반기 신규수주 금액과 비교해 규모가 50% 넘게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8월까지 신규수주가 전무했으나 9월 말부터 최근까지 일감을 확보하는 데 탄력을 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선박과 유조선 건조계약을 연달아 3건이나 따냈다. 12월 안에 25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본계약까지 체결하면 신규수주 금액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이 그동안 자본잠식 등의 사태로 글로벌 선주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벌이는데 불리한 위치에 놓였던 점을 수주부진의 원인이라고 파악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이 모두 –1조2282억 원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선주들은 대우조선해양에 선뜻 선박을 발주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임원들이 대우조선해양 비리사건에 연루된 것도 신규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 등의 혐의로 6월 말~7월 초 모두 구속됐다. 검찰은 8월에 현직 임원인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부사장도 불러 회계조작에 관여한 정황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내부적인 상황이 악화한 상태에서도 해외선주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며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주난이 장기화하자 정 사장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불황을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내부적인 체력을 비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사장은 11월 초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35억 달러로 수주목표를 잡고 자구계획을 마련했지만 내부적으로 이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자구계획안을 새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최근 5조3천억 원 규모로 짰던 자구안을 보완해 모두 6조 원 규모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11월 초에 경남 거제 사원아파트와 복합업무단지 등을 포함한 부동산 8건을 매각하기로 했다. 사원아파트와 복합업무단지의 매각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수주가 극도로 부진하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인력감원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태도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12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는데 2018년까지 3천여 명을 추가로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