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025년 1월 ‘주요 지주·은행 검사 결과’ 발표에서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와 관련해 “기한을 늘릴 수는 있지만 민감도가 있는 사안인 만큼 가급적 원칙대로 처리하고 싶다”며 “2월 안으로 금융위에 경평 결과를 송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통보가 밀리면서 임종룡 회장의 비은행 강화 전략이 어떻게 될 것인지 결정되는 시점도 늦어지게 됐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는 우리투자증권의 본인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증권사 투자매매업 인가가 해당 증권사의 자격 요건 외에도 대주주 적격성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시급한 과제인 비은행 확대는 임 회장과 이 원장의 운명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금융당국 주시하는 임종룡, 우리금융 전략 차질 불가피한가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분야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험사인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의 인수 및 합병에는 금융당국의 합병 승인이 필요하다.
우리투자증권의 본인가도 금융당국에서 허가를 내려줘야 한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은 본인가를 받지 못해 기업공개(IPO), 파생상품 거래 등 기업금융(IB)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흔쾌히 우리금융지주의 요청을 전부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증권사 본인가, 보험사 인수합병 등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엄격하게 자격을 따지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2025년 2월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금융 거버넌스가 유지된 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와 (우리금융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경영실태평가 도출 및 그 이후 이어질 자회사 편입 문제 등은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우리금융지주에게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매긴다면 동양생명과 ABL 생명 인수에는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가 자회사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에 3등급을 매기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원칙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금융지주의 생명보험사 인수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확대에 제동이 걸린다. 대주주의 적격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우리투자증권의 본인가도 암초를 만나게 될 수 있다. 결국 비은행 분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 속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성장동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두 생명보험회사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에 지급한 계약금 150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우리금융지주가 의도하지 않은 재무적 리스크를 짊어지게 될 수도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에서 ‘조건부 허가’라는 형태로 우리금융지주의 생보사 편입을 허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지주 또한 불행 중 다행으로 기존의 비은행 확대 포트폴리오를 크게 수정하지 않는 선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씨저널] 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임종룡 이복현 '탄핵 정국 운명'에 달렸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11094433_110680.jpg)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9월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화는 어렵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23년 취임사에서 밝힌 각오다. 그는 2015년 3월 금융위원장 취임식에서도 비슷한 의미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로 말미암아 위기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기 위해선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임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우리금융지주에 필요한 획기적 변화로는 ‘비은행 분야 확대’가 꼽힌다. 이는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순위가 비은행 실적에서 갈리 정도로 비은행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리딩금융의 자리를 차지한 KB금융지주의 순이익에서 비은행 비중은 36%에 이른다. 액수로 살펴보면 1조8264억 원이다.
반면 4위를 기록한 우리금융지주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였다. 액수로는 466억 원에 그친다.
임 회장은 비은행 분야 강화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회장 취임 뒤 한 달이 지난 2023년 4월24일 진행된 콘퍼런스콜에 깜짝 등장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그룹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균형 있는 수익 구조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위기 속에 숨어 있는 더 큰 기회를 찾아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속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