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대형 IP(지식재산권) 제작에 사활을 걸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게임업계 불황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연구), 복지 정책 강화 등 다양한 투자에 적극 나서며 눈길을 끈다.  
 
크래프톤 'AI·신작·복지' 전방위 투자, 김창한 배그 이을 차세대 IP 찾는다

▲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대형 IP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크래프톤 타워. 


10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앞으로 5년 동안 신작 개발비를 연간 3천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예고했다.

지난해 신규 IP 개발에 약 1400억 원을 투입한 데 비해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수조 원 규모의 대형 IP를 만들기 위해 신작에 투입하는 개발비를 대폭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올해 2월1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5년간 연간 신작 제작비를 3천억 원까지 증대하고, 글로벌 퍼블리싱 매출을 확대해 대형 IP를 구축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내 매출 7조 원과 기업 가치 2배로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 대표가 가장 우선시하는 투자 분야는 인력 확보다.

게임업계에서 인력 확보는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 김창한 대표 역시 취임 이후 개발 조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개발자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왔다.

크래프톤은 향후 5년 동안 최대 2천 명의 개발자를 순차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크래프톤의 임직원 수는 1811명으로 계획대로라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올해는 500명 이상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며 3월4일부터 본격적으로 상반기 채용을 시작해 게임 및 AI 분야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

이러한 대규모 채용 계획은 최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며 인력 감축에 나서는 상황 속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장기적인 인재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크래프톤은 최근 출산 및 육아 지원 제도를 확대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게임업계 전반이 인재 유치를 위해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편이지만 크래프톤은 한층 더 나아가 자녀 1인당 최대 1억 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출산 시 6천만 원을 일시 지급하고 이후 8년간 매년 500만 원씩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재 유치와 유지를 고려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 'AI·신작·복지' 전방위 투자, 김창한 배그 이을 차세대 IP 찾는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크래프톤이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배틀그라운드의 꾸준한 성장세가 있다.

출시 8년 차를 맞이한 지난해 크래프톤은 2조709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배틀그라운드의 지속적인 흥행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외에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AI 기술 투자에도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게임 AI기술 관련 협업을 진행하며, AI 부문 개발자 채용도 확대하는 등 기술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차세대 대형 IP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창한 대표는 2020년 6월 취임 당시 “도전과 변화를 통해 ‘제작의 명가’를 이어가고,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게임사를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출시된 신작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배틀그라운드 IP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신작 ‘인조이’를 비롯해 다수의 신작을 준비 중이지만 장르적 특성과 시장 반응을 고려했을 때 배틀그라운드만큼의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크래프톤의 대규모 인력 투자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크래프톤의 현재 실적 성장세를 고려하면 미래를 대비한 합리적인 투자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반면 공격적인 개발자 충원이 현실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작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대규모 인력 충원이 오히려 과잉 인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 기술 발전으로 게임 개발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