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잇단 자회사 매각을 통해 반도체 관련 사업으로의 역량을 집중하는데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로서는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건전성까지 끌어올려 최대 현안인 기업공개(IPO)의 성공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SK에코플랜트 거세지는 사업개편 바람, 장동현 반도체와 IPO 모두 잡는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


4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오션플랜트는 SK에코플랜트가 2021년 말 인수한 삼강엠엔티에서 이름을 변경한 회사다.

해상풍력 발전기의 하부 구조물, 특수선 등을 제조하며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2월28일 종가 1만5400원 기준 9120억 원 규모다.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를 매각할 것이라는 풍문은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 매각설을 놓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업계에 연이어 중소 건설사가 도산하는 등 ‘4월 위기설’이 거세지는 만큼 올해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매각설에는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으로 읽힌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251%로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건설사 부채비율은 200%를 넘기면 위험한 수준으로 본다.

SK오션플랜트의 시장 가치의 전망에 긍정적 신호가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은 SK에코플랜트가 적절한 매각 시점이라고 판단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다.

SK오션플랜트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619억 원, 영업이익 4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8.5%, 영업이익은 45.1% 감소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SK오션플랜트는 올해 유럽에서 3천억 원 규모의 수주가 기대되는 데다 최근 국회에서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수혜를 볼 대표적 회사로 꼽히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법 통과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해양구조물 제조업체에 공급자 우위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며 “SK오션플랜트는 그 중심에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봤다. 
 
SK에코플랜트 거세지는 사업개편 바람, 장동현 반도체와 IPO 모두 잡는다

▲ SK에코플랜트는 2026년 7월까지 기업공개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만큼 올해 재무지표 등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장 부회장으로서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을 통해 SK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설루션으로 역량 집중에 성과를 낼 수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에 친환경기업을 선언하며 폐기물 처리 기업을 사들이는 등 환경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적이 나지 않고 재무적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내자 최근 들어서는 관련 자회사를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환경 부문 자회사인 리뉴어스, 리뉴원 등 두 곳의 매각 추진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매각 규모는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 부회장으로서는 비주력 자회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SK에코플랜트의 재무지표를 끌어 올리는 일은 중요한 현안으로 여겨진다.

건설업 불황에 대비한 자금 마련뿐 아니라 SK에코플랜트의 최대 숙제인 기업공개(IPO)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어서다.

SK에코플랜트는 투자자 계약 조건 등에 따라 2026년 7월까지 기업공개를 마쳐야 한다. 사실상 올해 안에는 재무지표를 양호한 수준으로 개선시킬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 부회장은 올해 SK에코플랜트의 경영 방향을 놓고 “재무 안정성 확보, 변동성 최소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하고 안정적 사업 구조를 확보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닦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