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냉매 2년마다 교체하라는 폭스바겐코리아, AS센터 잇단 폐쇄로 소비자 불만 폭발

▲ 폭스바겐코리아에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2022년 9월 출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의 에어컨 냉매 문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차들과 달리 2년마다 에어컨 냉매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같은 사실을 ID.4 구매자에 알리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 에어컨 냉매 교체 주기를 슬쩍 올려놔 소비자들부터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 경영난 등의 이유로 국내 공식 서비스센터를 줄이고 있다. 가뜩이나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주기적 냉매 교체와 서비스센터 폐쇄로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폭스바겐코리아가 ID.4 냉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컨 냉매 2년마다 교체하라는 폭스바겐코리아, AS센터 잇단 폐쇄로 소비자 불만 폭발

▲ 폭스바겐의 전기 SUV 'ID.4'.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는 약 3주 전부터 2025년형 ID.4 인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25년형 ID.4의 ‘에어컨 냉매 이슈’가 해결된 것이냐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에어컨 냉매는 소비자 사이에서 ID.4의 ‘고질병’으로까지 불린다. 에어컨 냉매 문제로 차량 디스플레이에 ‘에어컨 시스템 작동 이상.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세요’라는 알람이 수시로 나오고,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와 ID.5는 기존 차들과 다른 에어컨 냉매를 채택했는데, 문제는 이 냉매를 수시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폭스바겐 전기차 모델은 에어컨 시스템에 친환경 냉매인 R744를 사용한다. 냉매 소재가 가연성이 아닌 이산화탄소이다 보니 압축 정도가 강하고, 내부 부품들이 버티지 못해 터져서 가스가 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전기차 구매자들에 사전에 안내하지 않고, 자사 홈페이지에 전기차 ID.4와 ID.5의 에어컨 냉매 교체 주기를 올려놨다. 2025년식 이전 모델은 2년마다, 2025년식 이후 모델은 6년마다 에어컨 냉매를 교체해야 한다고 돼 있다.

폭스바겐 전기차 구매자들은 냉매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뉴얼에 적혀 있지도 않고, 전혀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폭스바겐 딜러사들은 소비자에 판매 당시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부품 없다고까지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컨 냉매 2년마다 교체하라는 폭스바겐코리아, AS센터 잇단 폐쇄로 소비자 불만 폭발

▲ 폭스바겐의 전기 SUV 'ID.5'. <폭스바겐코리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이전에 자동차 냉매를 교체해 본 적이 없다”며 “공식 보증 기간이 끝나면 냉매 교체 비용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2년마다 교체하라니 너무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기존에 이같은 공지를 본 적이 없다”며 “문제 발생 건수가 많아 불만이 쌓이니까 갑자기 생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보증 기간 이후엔 냉매를 교체할 때마다 20만 원 안팎의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회사가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소비자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차량 사후관리 문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폭스바겐코리아는 오히려 본사 경영난 등의 이유로 국내 공식 서비스센터를 줄이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 공식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았다. 부산에 있는 학장 서비스센터도 조만간 운영을 종료한다. 부산과 울산 주변에 정비 예약이 가능한 센터는 부산 용당센터 한 곳만 남는다. 용당센터로 수요가 몰리면서 차량을 수리하려면 4~5월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웹사이트를 통한 예약 수리도 안된다.

폭스바겐 전기차 에어컨 냉매는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다르고 고압축이다보니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일반 수리점에서는 교체가 어렵다.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폭스바겐 차량 수리를 맡기려면 몇 달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ID.4는 2022년 9월 출시 이후 국내에서 5천 대 정도가 팔렸다. 지난해에는 국내 폭스바겐 전체 판매량의 32% 정도인 2613대가 판매됐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