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AI 투자에도 '그림의 떡', 삼성전자 HBM 미국 규제에 중국 추격 '첩첩산중'

▲ 삼성전자가 중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러시에도 장기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혜를 입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러시에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현지에서 급증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향후 추가적으로 AI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면, 삼성전자가 중국에 공급할 수 있는 HBM 제품이 매우 한정돼 호재를 놓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국에서 개발한 AI 칩과 HBM 채택을 늘리고 있어, 삼성전자의 중국 HBM 시장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비롯해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이 엔비디아의 보급형 AI 칩 ‘H20’ 주문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는 “과거에는 자금력이 있는 중국 금융, 통신 회사에서만 AI 컴퓨팅 시스템이 장착된 서버를 구매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빅테크를 비롯한 소규모 회사도 딥시크 모델과 엔비디아 H20 칩이 장착된 서버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H20에는 삼성전자가 제조한 3세대 HBM인 ‘HBM2’가 탑재된다.

따라서 딥시크 등장 이후 중국 기업들의 보급형 AI 칩 구매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빅테크 AI 투자는 이제 막 시작됐고, 갈수록 더 증가할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과거 10년 동안 투자한 총 금액보다 더 많은 3800억 위안(약 75조 원)을 앞으로 3년 동안 AI에 투자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같은 투자 계획은 오랫동안 은둔했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올해 1500억 위안(약 30조 원)의 투자 예정액 대부분을 AI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텐센트와 바이두 같은 중국 전통 빅테크 기업들도 AI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중국 빅테크 AI 투자에도 '그림의 떡', 삼성전자 HBM 미국 규제에 중국 추격 '첩첩산중'

▲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창신메모리(CXMT) 등 자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 구매를 더 늘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중국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얻을 수혜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제재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현재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H20의 중국 수출이 불가능해 진다면, 엔비디아를 통해 중국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HBM2 수요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2월부터 HBM3부터는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 만큼, 삼성전자는 더욱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기준 전체 HBM 매출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20%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이 자국 AI 칩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일부 중국 IT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화웨이가 개발한 AI 칩 ‘어센드 910B’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SIMC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 어센드 910B는 지난해부터 바이두에도 공급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1월 “중국이동통신,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국영 통신업체들이 화웨이 칩이 내장된 AI 서버를 대거 구매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화웨이 ‘어센드 910B’에는 HBM2가 탑재되는데, 최근까지는 주로 한국산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양산하기 시작한 HBM2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재 강화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IT 기업은 자국산 HBM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3400억 위안(약 65조 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기금 3기 펀드’를 조성해 HBM을 포함한 첨단 반도체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며 “게다가 2026년까지 HBM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세운 만큼, 국내 기업의 중국 반도체 시장 내 입지는 점점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