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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론이 차세대 첨단 D램 공정인 '1c D램'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아직 '1b' 기술에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첨단 D램 공정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성능을 가르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가 지난해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서 엔비디아 공급이 늦어지며 경쟁사에 밀린 것도 첨단 D램 공정인 '1b' 기술 안정화에 실패한 것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엔비디아 공급이 시작될 6세대 HBM4에서도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에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각) 6세대 10나노급 ‘1c D램’ 기술로 제작한 정보처리장치(CPU)용 DDR5 D램 샘플을 인텔과 AMD 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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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마이크론이 공개한 차세대 1c D램 공정 기술 설명도. <마이크론 홈페이지 갈무리>
10나노급 D램 공정은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 1a(4세대), 1b(5세대), 1c(6세대)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선폭이 미세해져 성능과 전력 소비 효율이 높아진다.
마이크론 측은 1c D램 기술로 제작된 DDR5 D램이 직전 세대 D램과 비교해 데이터 처리속도가 15% 빠르고, 전력소비효율은 20%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1c D램 기술로 원가 절감에 중요한 ‘웨이퍼 당 비트 용량’은 30%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1b D램 공정에 이어 1c D램 공정 개발에서도 세계 D램 메모리반도체 3사(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가운데 가장 늦어지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8월 1c D램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1c D램 공정을 활용한 DDR5 D렘 양산 인증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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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 1c D램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DDR5 D램. < SK하이닉스 >
양산 인증은 해당 공정으로 제작한 제품의 품질과 수율(완성품 비율)이 안정화 됐을 때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해 말 1c D램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개발 차질로 일정이 올해 6월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1c D램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설계 자체를 변경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지난해 양산에 돌입한 1b D램 공정도 이제서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1b D램으로 제작한 5세대 HBM3E 제품을 가지고 엔비디아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D램 공정 개발에 뒤처지면서 HBM4를 엔비디아 선제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HBM은 DDR5 D램을 여러겹 쌓아올려 만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D램 공정 기술력이 중요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1a D램 공정으로 HBM3E를 제작하며 부족한 전력효율과 발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엔비디아 HBM3E 인증이 경쟁사보다 늦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1c D램 양산까지 돌입한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 HBM4 공급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마이크론도 1c D램 기술을 완성한 만큼, HBM4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공정이 일본 히로시마와 대만에서 양산에 들어갈 것이며, HBM4를 지원해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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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HBM3E 8단 제품이 탑재된 엔비디아 블랙웰 AI 반도체 기반 GB200 서버랙 제품. <엔비디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경쟁에서 1년 이상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D램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삼성전자가 지금 당장 1c D램 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9월에야 양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예정대로 6월에 기술 개발을 끝마치면 빨라야 올해 말이나 2026년 1월부터 HBM4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올해 2월 1c D램 양산 준비를 끝냈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 가량 기술 격차가 나는 것이다. 마이크론과 비교해서도 4개월 가량 늦다.
다만 삼성전자도 1c D램 개발 속도를 높이며 HBM4를 준비하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1c D램 기술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다가 향후 HBM 고객사가 엔비디아 외에도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BM4에서 삼성전자 공급 기회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