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하반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있고,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블랙웰’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만 지진에 따른 마이크론의 D램 생산량 축소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D램·낸드 가격 큰 폭 상승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감

▲ 메모리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하반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고 있다.

20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2분기부터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강메모리(YMTC)의 범용 D램과 낸드 생산량 증가, DDR4와 DDR3 D램 소비자 수요 감소 등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내놓으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CXMT가 범용 D램뿐 아니라 AI 서버에도 사용되는 DDR5 D램 생산까지 돌입하며, DDR5 가격 역시 하락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 역시 지난해 11월 두 달 만에 37% 이상 급락하며, 2015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PC 등 IT 기기 수요 감소와 YMTC의 공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D램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지연됐던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블랙웰 출하가 늘어나며, 빅테크 기업의 주문형반도체(ASIC) 방식의 AI 반도체용 메모리 수요 증가, 새 데이터센터 확장이 주 배경이다.

특히 최근 테슬라가 20만 개의 AI 반도체를 사용해 학습한 AI ‘그록3’의 출시는 여전히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만드는데 대량의 AI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따른 빅테크 기업의 HBM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대만 지진에 따른 마이크론의 HBM 생산량 감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싱가포르 등에 새로운 D램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대만 공장에서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규모 6.4의 지진이 마이크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이크론이 생산할 수 있는 D램 칩 수가 줄며 전 세계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며, 메모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신빙성을 더한다”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제조사의 생산 감축, 스마트폰 업체의 재고 감소, 엔비디아 블랙웰 출하 시작 등이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13~1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분기부터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고, 3분기부터 가격이 급격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낸드 가격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5% 하락, 3분기엔 10~15% 상승, 4분기엔 8~13% 상승을 예상했다.

낸드 제조사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 감축에 나서고 있고, 지난해 4분기 시행된 중국의 ‘이구환신’ 보상 판매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가 증가하며 낸드 재고량은 줄고 있다.

또 엔비디아의 ‘블랙웰’ AI 반도체 출하가 늘어나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AI 딥시크 출시 역시 중소기업의 AI 서버 구축으로 이어져 eSSD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지진 여파로 D램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로 중국 CXMT의 반도제 장비 유지·보수 인력이 철수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추격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