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인수 당시 내세운 ‘편의점 3강 구도’ 목표는 무색해졌다. 적자는 누적되고 편의점업계의 점포 유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반면 GS25와 CU는 굳건한 양강 체제로 편의점 시장을 더욱 단단히 장악하고 있다.
8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비롯해 적극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24년 10월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같은 달 김홍철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운영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전 직원의 임금을 1년 동안 동결하기로 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임금 동결 조치다.
2024년 7월에는 본사를 기존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이전하며 운영비용을 줄였다. 동시에 ATM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며 재무 구조 개선을 시도했다.
세븐일레븐의 재무 구조 악화는 미니스톱 인수합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022년 3133억 원을 투자해 일본 이온그룹이 보유한 한국 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 3월까지 전국에 운영 중이던 미니스톱 2600여 개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CU와 GS25가 주도하는 편의점 양강 체제를 3강 체제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재무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한 첫 해 영업손실 4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551억 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528억 원에 이른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도 4조559억 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하며 외형 성장마저 정체된 상태에 이르렀다. 인수 효과를 기대했으나 매출과 수익성 모두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세븐일레븐의 사업 운영에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세븐일레븐은 점포 효율화를 위해 뷰티·패션 특화 점포를 내는 등 다양한 점포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뷰티·패션 전문 매장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수익성 악화로 경쟁사 점포를 가져오는 전환점 유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강세ㅓ 나온다.
전환점 유치는 편의점 업계에서 점포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업체 간 경쟁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편의점 본사는 점포 유치를 위해 간판 교체비, 초기 비용 지원, 상품 할인 등 판매 촉진 비용(판촉비)을 제공한다. 판촉비가 클수록 점주들이 브랜드 전환을 더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 판촉비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전환점 유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경쟁 편의점에서 GS25로 전환한 점포수가 GS25에서 경쟁 편의점으로 바뀐 점포 수보다 3.2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GS25와 CU의 점포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븐일레븐이나 이마트24 등에서 전환된 점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보고 있다.
CU의 점포수는 2021년 1만5855개, 2022년 1만6787개, 2023년 1만7762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GS25 역시 2021년 1만5499개, 2022년 1만6448개, 2023년 1만7390개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업계에서는 CU와 GS25의 점포 순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3위 이하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전환점 유치를 위한 판촉비가 줄어들 수 있어 전환점 유치 경쟁 강도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 산업의 성장 여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점도 세븐일레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체 편의점 시장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GS25와 CU마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보면 세븐일레븐이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느냐를 놓고 회의적 시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븐일레븐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점포수를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부터 경영 효율화 작업의 하나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왔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상반기 미니스톱과의 점포 통합을 마무리한 직후보다 점포수가 일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니스톱과 완전 통합을 마무리한 이후 고매출 우량 입지를 중심으로 신중하게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며 “뷰티·패션 전문 매장인 동대문 던던점과 가맹점 모델하우스인 뉴웨이브 오리진점 등 경쟁력 있는 점포를 꾸준히 구축하고 있어 4분기 긍정적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