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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
LG전자가 G3와 함께 반등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3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상반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LG전자의 이런 실적은 2000년대 후반 당시 남용 부회장 때부터 LG전자가 겪어야 했던 스마트폰 암흑기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는 의미도 있다.
남용 부회장은 LG전자를 외국임원 중심의 글로벌기업으로 탈바꿈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사업을 오판한 데다 글로벌기업으로 무리한 변화가 오히려 조직문화를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그 바람에 결국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리면서 LG전자의 암흑기를 불렀다는 비판을 받는다.
남 부회장은 2010년 물러나면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휴대폰사업 등 핵심사업이 시장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부진에 빠지게 된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이 시도한 글로벌 LG전자 만들기는 업계에 반면교사로 남아있다. 그러나 의미있는 시도였으며 아쉬운 실패라고 분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 남용의 글로벌화는 어떻게 추진 됐나
남용 부회장은 LG전자를 ‘글로벌 톱3’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남 부회장은 2007년 LG전자의 수장으로 부임한 후 "앞으로 LG전자를 글로벌 마케팅 선도회사로 만들겠다"며 글로벌 LG전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남 부회장은 당시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LG전자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글로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고 이른바 'C레벨(C level)'로 불리는 회사의 임원(부사장급)에 모두 외국인을 영입했다.
남 부회장의 외국인 임원 영입전은 2007년 말부터 2009년 7월까지 이어졌다. 영입된 외국인들은 맥킨지, 존슨앤드존슨, IBM 등 글로벌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HO(최고인사책임자) 등 하나같이 중책들을 맡았다. 당시 남 부회장의 새로운 실험은 국내기업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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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
미국 주간지 타임은 '아시아계에서 드물게 다양성을 갖춘 기업'이라고 LG전자를 언급했다.
하지만 남용 부회장의 시도는 3년 여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2010년 LG전자는 재직중이거나 계약만료 예정인 핵심 외국인 임원 5명에 대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당시 LG전자는 더이상 배울 점이 없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으로 봤다. 당시 계약해지 통보 직전인 9월까지 영업이익이 2009년 보다 83%나 급감하는 등 LG전자는 극심한 영업부진을 겪고 있었다.
◆ 남용 부회장의 실험은 왜 실패 했을까?
LG전자 안팎에서 소통의 부재를 실패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외국인 임원들과 한국인 직원들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용 부회장이 외국인 임원들을 등용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일 분위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LG전자의 조직문화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외국인만 데려오니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다.
외국인 임원들은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국내 직원들은 현실을 잘 모른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런 갈등은 언어적 장벽에 가로막혀 그 골이 깊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당시 남 부회장은 영어로 회의를 주재했다. 또 기업 내 모든 직원들에게 영어를 사용할 것을 주문했고 작성하는 문서도 영문으로 하도록 했다.
국내 임원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다.
한 대학교수는 “임원회의를 한 뒤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인 임원끼리 따로 회의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며 “이런 모습을 두고 외국인 임원들은 따돌리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외국인 임원들은 함께 일할 직원을 외부에서 직접 데려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국내 직원과 외국인 직원 사이에 물과 기름처럼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고 말았다.
또 외국인 임원들의 대거 영입은 LG전자 공채 출신의 상대적 박탈감을 낳았다.
LG전자 한 부장은 “적어도 20년 가까이 임원 승진만 바라보며 일해온 LG전자 고참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여기에 남용 부회장이 외국인 임원들을 편애 했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남 부회장은 한국인 간부가 보고중이었는데 그 밑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에게 다가가 의견을 물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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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
◆ 남용이 LG전자에 남긴 의미있는 변화
남용 부회장은 무리인 줄 알면서 글로벌화를 시도했다. 이는 LG전자의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시 LG전자는 전체 직원의 60% 가량이 외국인 직원이었으며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5%(2009년 기준)였다. 이런 점 때문에 남용 부회장으로서 이런 시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남 부회장이 추진한 외국인 임원 영입과 LG전자의 글로벌화는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
최고마케팅책임자 더모트 보든 부사장은 이전까지 중구난방이던 LG전자의 광고 이미지를 일관되게 정리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또 최고인사책임자 피터 스티클러 부사장은 국내지사와 해외지사 등 지사별로 상이했던 직원들의 평가기준을 단일화한 점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특히 외국인 임원들은 LG전자 직원들에게 현재에 안주해서 안 된다는 위기감을 심어주고 글로벌기업에 필요한 영어구사 능력의 필요성도 절감하게 해줬다.
이런 점에서 남용 부회장이 추진한 실험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남 부회장이 물러날 당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남용 전 부회장이 남긴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가 실천한 다양성의 시도는 보전하고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