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유통업계 불황 가운데 연매출 3조 원을 달성했다. 사진은 챗GPT를 사용해 생성한 이미지.
두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강화, 차별화된 공간 구성, 뛰어난 입지를 바탕으로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업계 성공 공식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백화점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부진한 점포 정리와 핵심 점포 리뉴얼이라는 업계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27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올해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한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성공에는 몇 가지 공통된 공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매출 3조’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업계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기록으로 평가된다.
특히 백화점의 성장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기존 평가를 뒤집으며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두 백화점의 첫 번째 공통된 성공 비결은 럭셔리 명품 브랜드와 프리미엄 전략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모두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이른바 '빅3'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명품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럭셔리 전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6월 기존 남성 럭셔리 층을 1100평에서 2100평으로 대폭 확장해 국내 최대 남성 명품관을 완성했다. 디올 옴므, 루이비통 맨즈, 셀린느, 로에베 등 주요 브랜드가 입점해있으며 디올 옴므는 국내 최초로 VIP 고객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역시 8월 프라다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며 명품 매장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내년 5월에는 전반적인 리뉴얼을 통해 명품관의 규모와 브랜드 라인업을 더욱 확장한다. 업계에서는 리뉴얼 이후 매출 상승과 VIP 고객 확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의 성과는 VIP 고객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럭셔리 브랜드 매장 확대에 지속적을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관 6층 남성럭셔리 매장(왼쪽)과 새단장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프라다 매장.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전체 고객 가운데 약 50%가 VIP 고객으로 구성되어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국 롯데백화점 점포 가운데 VIP 비중이 가장 높은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신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두 지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자크뮈스, 아미, 가니, 빠뚜, 메종키츠네 등 인기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젊은 고객층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두 번째 성공 비결은 쇼핑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진화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대형 쇼핑몰과 문화·레저 시설을 결합해 가족 단위 방문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모두 사로잡고 있다. 백화점과 더불어 대형 아쿠아리움, 어드벤처, 콘서트홀 등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춰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층을 겨냥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을 둔 공간으로 꾸며졌다. 대표적으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분더샵 메자닌과 프리미엄 푸드홀 및 와인숍이 포함된 ‘하우스오브신세계’와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가 있다.
초대형 매장 규모와 뛰어난 교통 접근성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잠실역과 직결된 초대형 쇼핑 단지로 서울 동남권의 중심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호텔, 아쿠아리움 등 인근 시설과의 시너지를 통해 가족 단위 방문객과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강남권 핵심 교통 요지에 자리하며 강남, 서초, 경기 남부 부유층 고객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부터 높은 구매력을 가진 VIP 고객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확보하며 지역 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러한 두 백화점의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는 매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전국 60개 점포 가운데 올해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곳은 단 11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백화점들은 부진한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고 두 백화점의 성공 전략을 참고해 핵심 점포 리뉴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명품 브랜드 강화, 고객 맞춤형 공간 구성, 문화·레저 시설 결합 등 성공 요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부진한 점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마산점 폐점이 결정된데 이어 부산 센텀시티점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던 동래점과 포항점도 점포 정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