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철 SKC 대표이사 사장이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력 사업으로 낙점한 동박사업 실적 부진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박 사장은 회사의 비주력사업을 매각한 뒤 반도체 기판과 동박 등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본격적 상업화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판 분야와 달리 4년 전 인수합병(M&A)로 시작한 동박사업은 내년에도 적자 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SKC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가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비핵심사업 정리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회사는 비핵심 자회사 SK엔펄스의 CMP PAD(웨이퍼 표면 연마 소재) 사업 부문을 떼어내 한앤컴퍼니에 3410억 원에 매각키로 했다. 회사는 이번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C는 올해에만 △SK엔펄스 세라믹파츠 사업 매각(3300억 원) △SK피유코어 매각(4103억 원), △SK엔펄스 중국법인 매각(880억 원) △SK넥실리스 박막 사업부 매각(950억 원) 등 비핵심 사업 매각을 완료했다.
다만 회사의 새로운 주축 사업이 될 반도체 분야(테스트소켓, 유리기판)와 2차전지 소재(동박, 음극재) 분야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박 사장 고민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과거 화학·필름사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와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재편하기 위해 2020년 KCFT(현 SK넥실리스) 인수, 2022년 합작사 앱솔릭스 설립, 2023년 ISC 인수 등을 추진했다.
반도체 테스트용 소켓을 제조하는 ISC는 27.6%의 영업이익률(3분기 누적 기준)을 유지하고, 내년 양산에 들어가는 앱솔릭스의 반도체용 유리기판 사업도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1조2천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진출한 2차전지 소재인 동박 사업은 내년에도 적자 탈출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SKC의 2차전지 동박 사업 부문은 수요 부진 장기화, 공급 과잉에 따른 마진 하락으로 단기 실적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5년 동박 수요는 70만 톤 수준인 반면, 생산능력은 94만 톤을 넘어서며 수급율이 2023년 90%에서 2025년 74%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유럽과 중국 중심으로 2023년 5만톤, 2024년 12만톤, 2025년 24만톤 설비 증설에 따라 판매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KC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2022년까지 견조한 이익을 내다가 2023년부터는 대규모 적자를 내며 부진에 빠졌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고객사들이 유럽에서 판매부진을 겪는 가운데 중국발 동박 공급과잉이 주 원인이다.
SKC는 말레이시아, 폴란드, 미국 등에 각각 생산기지를 건립, 합산 연 25만 톤 규모의 동박 생산 체계를 2025년까지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으나 업황 부진으로 예정보다 양산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동박 공장 평균 가동률이 32.5%로, 2023년 전체 평균가동률 54.7%보다 22.2%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하게 증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SKC가 주력 동박 생산기지로 낙점한 말레이시아 공장 모습. < SK넥실리스 >
9천억 원을 들여 건립 중인 폴란드 동박공장은 2024년 상업생산을 개시하기로 했지만, 2024년 9월 기준 총 공사 진척율은 75.6%에 그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도 연 5만 톤의 생산공장 건립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동박 1·2공장은 준공은 마쳤으나, 고객사의 제품 인증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에서야 유의미한 가동률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C는 석유화학 사업과 동박 사업이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봤다. 이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사는 지난 9월 SK넥실리스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7천억 원을 투입, SK넥실리스의 재무구조 강화와 사업확장 기반 마련을 지원하는 등 동박사업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