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저비용항공(LCC) 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 울타리 안에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이 하나로 묶여 대형 저비용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로서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할 유인이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특히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이 저비용항공업계 인수합병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대외 환경과 내부 사정 등을 고려하면 양쪽 모두 섣불리 큰 거래를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20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통합 대한항공 아래 저비용항공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는 통합을 위한 일정과 계획을 조율하며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꾸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3사의 기단규모 총합은 58대(진에어 31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로 기존 1위 제주항공(41대)을 크게 앞선다.
항공업은 규모를 키워 네트워크를 넓히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유리한 조건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을 비롯한 기존 저비용항공사들도 통합 저비용항공사 출현에 발맞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깊이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LCC업계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할 유력한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이 꼽힌다. 두 곳 모두 인수합병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6월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투자 회수 시점을 알 수 없지만 향후 인수합병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잇따라 확보하며 항공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기존 숙박·레저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를 꾀하기 위한 지분확보일 뿐 두 항공사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대명소노그룹이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항공사 지분을 확보한 배경에는 항공업 진출을 위한 다수 선택지를 마련해 적절한 기회에 승부를 보겠다는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 모두 큰 베팅을 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애경그룹 소속인 제주항공은 인수합병과 같은 큰 결정을 내릴 때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와 반드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최근 그룹 계열사들의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합병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애경그룹의 백화점사업 계열사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순손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도 1~3분기 내내 분기별 순손실을 봤다.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애경산업(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은 해외사업 비중의 약 70%에 이르는 중국시장의 내수침체 탓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은 코로나19 때 누적된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고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주주환원을 강화라는 목표를 앞세우긴 했지만 그룹 지주사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지분 과반(50.37%)을 쥐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이 그룹 차원의 현금 확보 성격도 짙은 셈이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서는 당장에는 항공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보다 현금 확보가 시급한 일일 수 있다.
대명소노그룹에게도 항공업 진출은 녹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명소노그룹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둘 다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다.
대명소노그룹이 두 곳의 경영권을 모두 인수한다면 국내에서는 통합 대한항공과 함께 장거리노선을 운항하는 ‘유이’한 항공사로서 시장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기단규모는 각각 38대, 6대로 이들을 합치면 현재 기준으로도 제주항공을 뛰어넘는다. 더구나 두 항공사는 장거리 운항을 위해 대형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어 규모 측면의 경쟁력은 대수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명소노그룹은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내년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해 항공업 진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사 두 곳을 모두 인수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모두 사모펀드가 아닌 최대주주가 경영을 하고 있는 곳인 데다 신규 사업자로서는 사업 난도가 높은 항공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에어프레미아를 먼저 인수해 항공업 경험을 쌓은 뒤 티웨이항공 경영권까지 노릴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 AP홀딩스(타이어뱅크그룹)가 경영권 사수에 완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AP홀딩스는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에어프레미아에 관한 어떠한 매각 협의도 진행된 바 없으며 경영권 매각 관련 논의도 전혀 없었다”며 “AP홀딩스는 대명소노그룹과 JC파트너스 사이 지분 매매에 대해 알지 못하며 해당 거래와 관련한 정보와 그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은 46.0%에 이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항공업 영향’ 보고서에서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노선 확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레저와 항공의 사업연계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목할 사항은 2025년에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의 잔여지분 취득 여부와 티웨이항공 지분 추가 매입 여부”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
통합 대한항공 울타리 안에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이 하나로 묶여 대형 저비용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로서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할 유인이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 LCC업계 지각변동에 따라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이 저비용항공사 인수합병의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제주항공 항공기. <제주항공>
특히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이 저비용항공업계 인수합병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대외 환경과 내부 사정 등을 고려하면 양쪽 모두 섣불리 큰 거래를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진다.
20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통합 대한항공 아래 저비용항공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는 통합을 위한 일정과 계획을 조율하며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꾸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3사의 기단규모 총합은 58대(진에어 31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로 기존 1위 제주항공(41대)을 크게 앞선다.
항공업은 규모를 키워 네트워크를 넓히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유리한 조건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을 비롯한 기존 저비용항공사들도 통합 저비용항공사 출현에 발맞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을 깊이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LCC업계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할 유력한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이 꼽힌다. 두 곳 모두 인수합병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6월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투자 회수 시점을 알 수 없지만 향후 인수합병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대명소노그룹은 최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잇따라 확보하며 항공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기존 숙박·레저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를 꾀하기 위한 지분확보일 뿐 두 항공사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대명소노그룹이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항공사 지분을 확보한 배경에는 항공업 진출을 위한 다수 선택지를 마련해 적절한 기회에 승부를 보겠다는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 모두 큰 베팅을 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애경그룹 소속인 제주항공은 인수합병과 같은 큰 결정을 내릴 때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와 반드시 논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최근 그룹 계열사들의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합병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애경그룹의 백화점사업 계열사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순손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도 1~3분기 내내 분기별 순손실을 봤다.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애경산업(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은 해외사업 비중의 약 70%에 이르는 중국시장의 내수침체 탓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은 코로나19 때 누적된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고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주주환원을 강화라는 목표를 앞세우긴 했지만 그룹 지주사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지분 과반(50.37%)을 쥐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이 그룹 차원의 현금 확보 성격도 짙은 셈이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서는 당장에는 항공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보다 현금 확보가 시급한 일일 수 있다.
대명소노그룹에게도 항공업 진출은 녹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명소노그룹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둘 다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다.
대명소노그룹이 두 곳의 경영권을 모두 인수한다면 국내에서는 통합 대한항공과 함께 장거리노선을 운항하는 ‘유이’한 항공사로서 시장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기단규모는 각각 38대, 6대로 이들을 합치면 현재 기준으로도 제주항공을 뛰어넘는다. 더구나 두 항공사는 장거리 운항을 위해 대형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어 규모 측면의 경쟁력은 대수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명소노그룹은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내년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해 항공업 진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대명소노그룹이 항공사 두 곳을 모두 인수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모두 사모펀드가 아닌 최대주주가 경영을 하고 있는 곳인 데다 신규 사업자로서는 사업 난도가 높은 항공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 저비용항공(LCC)업계 지각변동에 따라 제주항공과 대명소노그룹이 저비용항공사 인수합병의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대명소노그룹이 운영하는 호텔 소노캄고양 전경. <대명소노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 AP홀딩스(타이어뱅크그룹)가 경영권 사수에 완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AP홀딩스는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에어프레미아에 관한 어떠한 매각 협의도 진행된 바 없으며 경영권 매각 관련 논의도 전혀 없었다”며 “AP홀딩스는 대명소노그룹과 JC파트너스 사이 지분 매매에 대해 알지 못하며 해당 거래와 관련한 정보와 그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에어프레미아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은 46.0%에 이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항공업 영향’ 보고서에서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노선 확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레저와 항공의 사업연계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목할 사항은 2025년에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의 잔여지분 취득 여부와 티웨이항공 지분 추가 매입 여부”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