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12-16 13: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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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국내 증시가 완화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안도랠리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반도체업황 부진, 서학개미 확대 등으로 8년 전 탄핵 정국 때와 같은 증시 반등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지만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증시가 추가 상승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14일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국회 앞 모습.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국내 증시가 하락을 딛고 상승 추세로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경기’라는 말이 나온다.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힘을 다하면 이후에는 경기 방향성이 증시의 방향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증시는 2016년 탄핵 이후 2017년 증시가 급상승했던 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탄핵은 완전한 해결이 아닌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경제지표가 둔화를 가리키고 있어 정책과 거시경제 등의 명확성이 나올 때 까지는 주식시장이 제한적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2016년 대통령 탄핵 당시 코스피 지수는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 경제 환경이 다르다”며 “과거에 반등했으니 이번에도 반등할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16년 말 탄핵이 진행되던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0선 안팎을 기록하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뒤 2100선을 강하게 돌파했고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2017년 말 25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는 국내 증시와 경기를 이끄는 반도체업황이 호조세를 보였고 중국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탄핵 국면에서는 글로벌 경기에 힘을 받아 국내 증시가 상승추세로 명확하게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반도체업황 불확실성이 큰 장애물로 여겨진다.
인공지능(AI)칩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장이 명확하더라도 반도체 전체산업을 가늠할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종 주가는 범용 제품에 달려 있는데 4분기 범용 D램 가격은 전분기와 비교해 7% 떨어졌다”며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2025년 연중 범용 D램 가격 하락을 내다보고 있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시대에 국내 주요 성장산업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025년 한국 산업계에서 철강·석유화학·2차전지를 신용전망이 어두운 업종으로 최근 꼽았다.
엔디 리우 스탠더드앤푸어스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용평가사 세미나에서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중국의 과잉 공급 등으로 철강, 석유화학, 2차전지산업이 신용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업종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는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규제하는 생물보안법의 연내 통과가 어려워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우시바이오에 관한 제재로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반사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약화하고 있는 셈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높은 가치 수준도 걸림돌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두고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높아진 가치수준과 실적의 괴리가 줄어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반도체는 물론 2차전지, 바이오 등 한국의 신성장업종 주가 상승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주식 수급이 약해진 점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12일 기준 2024년 내국인의 국외 외화증권 투자 보관금액은 1601억 달러(230조 원)로 2023년 말 1042억 달러보다 약 60%, 2022년 말 767억 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증시 신뢰성 하락에 국내 주식 투자 유인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됐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인세 공제 혜택 등을 주는 밸류업 세제 관련 안건이 통과가 되지 않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증시가 당분간 기댈 곳은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주요국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11~12일 열린 중앙경제 공작회의에서 온건한 통화방침을 내세우며 경기 부양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적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성장률 5%를 지키기 위해 2025년 점차 구체적 단위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12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에 증시가 큰 폭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주 주요국가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현지시각으로 17~18일 열리고 일본은행(BOJ)이 18~19일 기준금리를 정한다. 미국 기준금리는 25bp(bp=0.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이 아닌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유력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따라 증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선택한다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불안을 자극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할 이벤트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4년 탄핵 심판 기간 코스피지수는 하락했고 2016년 탄핵 심판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올라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며 “당시 증시 기초체력 차이가 본질적 주가 흐름을 결정하 만큼 과거 두 번의 탄핵 정국에 이번 사례를 대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연준의 2025년 통화정책 경로 변화와 거시경제 흐름, 국내 상장기업 이익 추정치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투자자에게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