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호텔신라가 숙원사업인 한옥호텔 건립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옥호텔 공사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공사비 상승과 면세 사업의 부진 등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숙원 '한옥호텔' 제자리걸음, 면세업 불황에 공사비 상승도 부담

▲ 호텔신라는 2020년 10월 한옥호텔 공사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시 중단하겠다던 공사가 4년 넘게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한옥호텔 조감도. <호텔신라>

1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호텔신라가 추진하고 있는 한옥호텔에 대한 공사 재개가 힘든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허가를 받은 지 4년이 되도록 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 중구청은 건축허가에 대한 취소 없이 지켜봐도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법률 자문까지 거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착공 단계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공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상황 등으로 설계 변경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현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옥을 콘셉트로 한 호텔은 이부진 사장이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부터 목표로 내세웠던 숙원사업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짓기로 하면서 서울에 처음 들어서는 한옥호텔로 주목을 받았다.

호텔신라는 2011년 첫 사업안을 제출했지만 두 차례 반려, 두 차례 보류 끝에 2016년에야 사업안 승인을 받았다.

2020년 2월 건축허가를 받고 같은 해 7월 공사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신라는 2020년 영업손실 1853억 원을 냈다.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본 것이다.

호텔신라는 결국 2020년 10월 공사 일시 중단을 선언했다. 영업손실만 2천억 원 가까이 난 상황에서 공사비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공사를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시 중단하겠다던 공사가 4년 넘게 재개되지 않으면서 여러 말이 나온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립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건축법 제11조 제7항 제1호에 따르면 건축허가권자는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안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서울시 중구청에서는 허가 취소를 위해 법률 검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호텔신라에 대한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호텔신라가 일단 착공 이후 공사를 중단한 상황이기 때문에 건축법을 근거로는 건축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의 설명대로라면 건축을 재개할지, 재개한다면 언제 할지, 사업을 백지화할지는 모두 호텔신라의 선택에 달렸다.

다만 호텔신라가 한옥호텔 백지화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옥호텔에 대한 건축허가를 어렵게 받기도 했고 한옥호텔이 건립만 되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11월29일 서울 중구청에 개발행위 변경 허가 신청을 제출하면서 개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개발행위 허가 기간이 지나면 허가가 취소되기 때문에 개발행위 연장을 위한 신청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개발행위 허가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현재 주변 조경과 정비 공사는 완료된 상황이라서 개발행위 변경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며 “공사를 당장 재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공사를 재개하더라도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사업 환경을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 재개를 위해서는 호텔신라가 안정적 실적을 내는 것이 우선인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 2조9997억 원, 영업이익 22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79.2% 감소했다.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영업손실 170억 원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옥호텔 착공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3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됐던 공사비는 4년 만에 2배 뛴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신라가 설계 변경을 신청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지만 아직 설계 변경 신청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신라는 매출의 80% 정도를 면세 사업에서 내고 있다. 한옥호텔 건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면세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데 면세업황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자신있게 한옥호텔 공사를 다시 시작하려면 본업에서 실적을 내야하는데 면세 사업에서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군다나 호텔신라는 상장기업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한옥호텔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하면 주주들이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