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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10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삼성그룹의 미르와 K스포츠 기금출연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 승마훈련 지원.
이 사안들은 도대체 어떻게 얼키고 설킨 것일까? 검찰이 23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을 포함해 미래전략실과 국민연금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대가성 여부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 삼성물산, 국민연금 도움받아 합병 간신히 성사
삼성그룹은 지난해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합병은 6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등장하면서 불투명해졌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에 반대하며 가처분신청 등 법적 분쟁을 일으켰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 등을 이유로 꼽았다. 주주들이 엘리엇매니지먼트 편에 선다면 합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넘겨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한편 주주들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 6월30일 긴급 기업설명회를 열어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는 등 주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변수는 삼성물산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은 6월24일 삼성물산 합병과 유사한 SKC&C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찬성이 없다면 합병 성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기에 7월2일과 3일 의결권자문시장 1, 2위 기업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합병반대를 권고했다. 상황은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점에 이 부회장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직접 합병 비전과 향후 주주친화정책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7월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찬성을 결정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는 거치지 않았다.
7월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은 69.53%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국민연금의 찬성이 없었다면 합병이 불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7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마치고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
이 부회장이 독대한 시점이 합병 이후이기 때문에 독대한 자리에서 합병을 둘러싼 청탁이 오갈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총수 면담 전 기업현안 자료를 요청했고 안 전 수석이 기록한 수첩에는 삼성그룹의 경우 합병과 관련해 겪은 어려움이 포함돼 있다.
또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이 합병 의결권을 행사하기 전에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합병에 찬성하도록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의 독대가 불시에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은 박 대통령과 독대 전에 이미 청와대에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부탁을 했을 수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으로서는 삼성그룹의 부탁을 해결한 만큼 좀더 편안하게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재단출연을 요청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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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12월21일 송도 바이오로직스 공장 기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
◆ 최순실씨 딸 정유라 승마 지원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따라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에 거액을 지원한 대목도 대가성 의혹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합병에 도움을 받은 만큼 그 대가를 나중에 돌려줘야 했을 수도 있다. 또 승마협회 회장사로 최순실씨의 존재를 이미 파악했던 만큼 최순실씨를 통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수 있도록 요청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순실씨도 '당당한' 태도로 거액의 지원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으면서 최씨와 연결됐다.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원은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뤄졌다. 먼저 최씨는 조카 장시호씨 등이 지난해 7월 설립한 마인제959라는 회사를 인수해 코레스포츠라는 스포츠컨설팅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11월 비덱스포츠로 이름을 바꾼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는 8월 말 독일에서 있었던 올림픽 선발전을 전후해 독일을 방문해 최씨를 만났다.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은 이들은 최씨와 자금 지원을 논의했다.
당시 자리에 함께 있었던 로베르트 쿠이퍼스 전 코레스포츠 공동대표는 “삼성이 정부로부터 노조문제 협력, 연구비 등을 받기로 하고 2200만 유로(28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전지훈련비용 등으로 186억 원을 지원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9~10월에 걸쳐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35억 원)을 송금했다. 송금은 국내 은행지점에서 독일지점으로 보내진 뒤 독일 여러 은행에 개설된 코레스포츠 계좌로 복잡하게 이동했다.
이 돈은 명목상 10개월짜리 컨설팅 계약을 맺은 대가인데 컨설팅 내용은 명마 구입 및 관리, 말 이동 특수차량 대여, 현지 승마대회 참가 지원 등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자금은 최씨와 딸 정유라씨를 위해서 모두 사용됐다.
이 가운데 10억 원가량이 정씨의 말인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V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비덱스포츠 명의로 7억 원 규모의 프랑크푸르트 호텔을 매입하고 정씨 명의로 개인주택을 사들이는 부동산 매입에도 20억 원을 썼다.
삼성그룹은 정씨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승마장을 우회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삼성은 지난해 1월 평창올림픽을 모나미 물품으로 후원하겠다며 2월 모나미와 99억 원대 물품계약을 체결했다. 모나미는 2월 계열사 티펙스를 통해 독일 엠스데텐의 루돌프 질링거 경기장을 구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