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BMW코리아에 내 줄 것으로 보이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 자사 전기차 화재 사고 여파와 급부상하는 테슬라 영향에 따라 국내 수입차 시장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로 탄 주변 차량들의 모습. <연합뉴스>
벤츠는 올해 인천 지하주차장 전기차 사고 여파로 브랜드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데다 중국산 모델을 국내에 들여온 테슬라가 수입차 시장서 급부상하고 있어 국내에서 확고했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벤츠코리아는 국내에서 5만9561대를 팔아 같은 기간 6만7250대를 판매한 BMW코리아에 이어 수입 승용차 판매 2위 달리고 있다. 벤츠코리아의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약 5400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12월 한 달 만에 BMW와의 7689대 격차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앞서 벤츠는 2016~2022년 7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지난해 BMW와 698대 박빙의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다. 1위 BMW와 연간 판매 격차는 1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1월 전년 대비 수입 승용차 전체 판매량이 1.7%, BMW는 3.3% 줄어든 반면 벤츠는 12.6%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올해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붙어 큰 피해로 이어진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사고 관련 논란은 벤츠 국내 영향력이 앞으로 지속 줄어들 수 있는 계기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E 차량에서 불이 나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지고, 차량 87대가 전소, 783대가 그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화재로 인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영구적 손상을 입어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었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벤츠코리아 서울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하고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형사 입건할 혐의를 찾지 못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자체 결함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는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다.
다만 피해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사결과를 놓고 경찰이 벤츠 측에 면책을 준 것과 같다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손해사정 등 정확한 피해 분석을 진행하고, 피해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신속하게 합당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은 미궁에 빠졌으나 관련 논란은 벤츠 브랜드 신뢰도 문제로 번지고 있다.
화재 원인이 된 벤츠 EQE와 같은 모델을 보유한 차주들은 지난 10월 벤츠 본사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불이 난 차종에는 대부분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으나 중국 1위 배터리업체인 CATL 배터리가 실린 것처럼 제조사를 속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2022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벤츠 부사장은 국내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EQE에 CATL이 장착된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전기차 구입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대한 허위 고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추가로 27명이 2차 소송을 제기했고, 하 변호사는 EQE 모델 소유주들이 참여하는 대로 3차 집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기존 미국산보다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인 중국산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벤츠와 BMW가 형성해온 국내 수입차 15년 양강 구도에 올해 본격 균열을 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올 4월엔 중국산 모델3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테슬라는 올해 1~11월 국내에서 2만8498대를 팔아 전년 동기(1만5439대) 대비 판매량을 84.6%나 끌어올리며 올해 수입차 판매 순위를 지난해 5위에서 단숨에 3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들어 11월까지 판매량은 4위 볼보(1만3603대)의 배를 넘어선다.
테슬라가 전기차로만 수입차 판매 3위로 치고 올라오는 사이 벤츠코리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1~10월 4208대로 전년 동기(6703대)보다 37.2% 줄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