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MG손해보험 매각전 참여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행장은 비은행사업 강화를 위해 손해보험사업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치권 요구에 따라 갑작스레 MG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게 됐다.
▲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사진)이 MG손해보험 매각전 참여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
다만 MG손해보험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매각전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26일 보험업계 안팎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매각전을 주도하는 예금보험공사가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늦추고 있는 배경을 두고 예금보험공사에서 IBK기업은행의 매각전 참여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애초 MG손해보험 인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10월 국정감사 때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으로부터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MG손해보험 매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뒤 인수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김성태 행장은 IBK기업은행의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손해보험이 없는 만큼 MG손해보험 같은 손해보험사 인수가 필요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특히 주요 금융회사의 실적을 보면 손해보험 자회사들이 그룹사 순이익 확대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MG손해보험의 인수는 IBK기업은행 실적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KB금융지주를 살펴봐도 올해 3분기 기준 비은행 자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곳은 별도기준으로 누적 순이익 7400억 원을 거둔 KB손해보험이다.
삼성금융 계열사의 경우에도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까지 별도기준 순이익 1조8344억 원을 내며 IBK기업은행의 올해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인 2조1977억 원에 근접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게다가 IBK기업은행은 오래 전부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해왔기 때문에 손해보험사의 인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도 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현재 자체 조직과 자회사를 통해 생명보험(연금보험), 카드, 증권, 캐피탈, 자산운용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비은행 자회사 사이 정보를 활용한 연계 영업이 가능해져 자회사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지주사 전환을 꿈꿔왔다.
이에 윤용로 전 행장과 김도진 전 행장, 윤종원 전 행장이 각기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왔으나 대내외적 여건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김성태 행장도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내부출신 행장으로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을 강조해 온 만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김 행장이 장기적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MG손해보험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김 행장이 정치권의 압박에 못이겨 MG손해보험을 막상 인수하려 해도 그다지 매력적 매물이 아니라는 점은 인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지점으로 여겨진다.
▲ 기업은행이 MG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막대한 경영 정상화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은 김성태 기업은행장을 고민스럽게 만든다. |
당장 MG손해보험을 인수한다면 이익을 얻기보다 경영 정상화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량한 손해보험사 매물을 고려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MG손해보험의 보험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해 상반기 기준 36.53%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150%까지 올리려면 수천억 원의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의원실과 미팅 이후 MG손해보험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여기서 더 변화된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