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11-25 14: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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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가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김호연 회장의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현재 빙그레 지분 30%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최소 과반이 넘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빙그레의 주주환원을 앞세운 자사주 소각 및 인적분할 등의 실질적 수혜가 오너 일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빙그레는 22일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빙그레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인 빙그레로 회사를 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인적분할은 2025년 5월1일을 기준으로 시행된다.
빙그레홀딩스가 분할 존속회사, 빙그레가 분할 신설회사가 된다. 빙그레홀딩스는 투자 및 자산 관리에 주력하며 빙그레는 기존 식품 제조 및 판매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분할 비율은 각각 45.92%와 54.08%로 설정됐다.
빙그레는 인적분할을 발표하며 “지배구조 체제를 선진화하고 각 사업부문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명분으로 주주환원을 앞세운 셈이다. 인적분할을 시행하기 앞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주주환원의 대표적 내용이다.
빙그레의 이번 인적분할은 단순히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대부분 회사들이 결국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로 이어졌던 만큼 빙그레 역시 이런 결과를 염두에 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통상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회사들은 지주사와 사업회사 사이의 주식 교환을 시도한다.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로 출자하는 대신 지주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발행받는 방식이다. 이른바 '현물출자 유상증자'다.
이 과정을 거치면 대주주는 돈 한 푼을 들이지 않고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지주사 체제에서 보유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넘기는 대신 지주사 지분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캐서린 스티븐스(왼쪽부터) 전 주한미국대사, 김미 백범김구기념관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11월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가 기증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구재단>
과거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도 같은 방법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대했다.
빙그레도 마찬가지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김호연 회장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빙그레는 인적분할에 앞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0.25%를 모두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보유한 주식 수만을 줄이는 행위이므로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에는 변화가 없다. 오히려 전체 발행주식 수를 줄여 최대주주인 김호연 회장의 지분율을 자연스럽게 상승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호연 회장의 주식 수는 362만527주며 지분율은 36.75%다. 빙그레의 자사주 100만9440주를 모두 소각하게 되면 김 회장의 지분율은 40.95%까지 뛰어오른다.
자사주 소각 이후 인적분할이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김호연 회장은 존속법인 빙그레홀딩스와 신설법인 빙그레의 지분을 각각 40.95%씩 보유하게 된다.
이후 김 회장이 신설법인 빙그레의 지분 40.95%를 빙그레홀딩스에 현물출자하면 빙그레홀딩스는 신주 발행을 통해 이를 보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김 회장의 빙그레홀딩스 지분율은 과반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홀딩스가 빙그레의 지분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 빙그레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최대주주인 김호연 회장 등 오너일가의 그룹 내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
이로써 빙그레홀딩스는 지주사 체제 내에서 신설법인 빙그레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게 되며 김 회장은 지주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도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빙그레 역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요건을 맞춘 뒤 행위제한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빙그레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으면서 대신 신주를 발행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빙그레홀딩스가 신설법인 빙그레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김정욱 메리트증권 연구원은 “과거 매일유업, 오리온의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분할 기일까지 매일유업과 오리온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빙그레와 빙그레홀딩스 역시 분할 후 사업회사 보유 전략이 유효하며 추가적 자사주 소각도 긍정적 이슈”라고 평가했다.
빙그레는 인적분할 과정에 따라 2025년 4월29일부터 5월23일까지 빙그레 주식 매매가 정지된다. 신주 상장일은 2025년 5월26일로 예정됐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