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11-20 16: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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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술과 융합하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 링'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오우라가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 링' 홍보 이미지.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의료기술과 융합하며 급격히 성장하는 ‘스마트 링’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갤럭시 링' 출시 국가를 남미, 유럽, 중동까지 늘리고 있다.
앞서 ‘오우라 링’으로 시장에 진입한 핀란드 오우라(Oura)는 미국 의료기업 덱스콤과 손잡고 스마트 링에 혈당 체크 등 의료 기능을 접목, 기업 가치를 2년 만에 배로 성장시켰다.
스마트 링을 통해 수집한 혈당, 수면 등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오우라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각) 오우라가 미국 의료기기 업체 덱스콤으로부터 7500만 달러(약 1천억 원) 투자를 받아, 건강 데이터를 공유하고 제품을 교차 판매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덱스콤이 오우라에 투자한 배경으로는 스마트 링으로 이용자 건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우라는 ‘오우라 링’으로 수집한 수면, 혈압 등 정보를, 덱스콤은 자사의 ‘스텔로’ 혈당 측정기로 모은 당뇨병 관련 정보를 서로 공유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톰 헤일 오우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연속적 포도당 데이터가 오우라에 유입돼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돕는 오우라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오우라가 지난달 공개한 스마트 링 '오우라 링4' 이미지. <오우라>
오우라 링 판매 호조에 이어 의료기업 덱스콤과 협력으로 오우라의 기업가치는 급상승했다. 오우라 링은 올해까지 250만 대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매출은 지난해보다 배가 넘는 5억 달러(약 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22년 자금 조달을 위한 C라운드 평가에서 26억 달러(약 3조6천억 원)으로 평가받았던 오우라 기업가치는 최근 D라운드에서 배 가까이 증가한 50억 달러(약 6조7천억 원)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7월 열린 ‘갤럭시언팩’ 행사에서 처음으로 ‘갤럭시 링’을 공개하며 스마트링 시장에 진출했다. 오우라가 2016년 처음 오우라링을 출시했고, 지난 달 오우라 링4까지 공개한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출시다.
다만 성장하는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한국, 중국,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만 판매했던 갤럭시 링을 최근 인도네시아, 중동, 동유럽, 남미 등지로 출시 국가를 늘렸다.
삼성전자는 공식 판매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출시된 초도 물량은 빠르게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준비한 갤럭시 링 초도 물량을 기존 40만 대에서 100만 대까지 늘렸다고 추산했다.
갤럭시 링2 출시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IT매체 폰아레나는 정보유출자(팁스터)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링2를 예정보다 더 일찍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제품은 더 얇은 디자인, 늘어난 배터리 수명, 추가된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우라와 덱스콤이 협력해 진행하는 혈당 체크 등 의료 기술을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해 갤럭시 링2에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주사 없이 레이저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과 연속 혈압 측정 기술 개발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바이오기업 아이센스가 삼성전자와 ‘연속혈당측정기’ 협력을 발표했다.
▲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 라만 분광법을 활용한 비침습적 혈당 측정 연구 논문을 게재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들 사진. (왼쪽부터) 남성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모바일 헬스케어랩 마스터, 장호준 전문, 박윤상 전문, 이우창 전문, 박종애 랩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은 지난 2020년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 비침습혈당측정과 관련한 논문을 올리기도 했다. 혈당 측정에 ‘라만 분광법’을 활용해 레이저 빛이 산란될 때 발생하는 파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다른 비침습 측정보다 정교한 측정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오우라는 웨어러블 기기에 혈당 측정 기능을 통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식습관 등으로 당뇨병 발병률이 세계적으로 증가하자 혈당 정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건강정보에 따르면 30대 이상 한국인의 13.8%가 당뇨병을 앓고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 헬스팀 혼 팍 팀장은 “웨어러블 기기 소형화부터 혈당 측정 등을 포함해 삼성전자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토 중”이라며 “혈압과 혈당을 지속해 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인류에 완전한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 오우라 CEO는 “오우라 링 사용자의 20%가 혈당 모니터 기기를 사용해봤고, 절반 이상이 링으로 사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