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조사를 놓고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해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해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다음주에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혀 검찰이 세워놓은 조사계획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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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검찰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7일 기자들에게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기 위해서 최순실씨 기소 전인 18일까지 반드시 해야 한다”며 “최씨 구속시한이 끝나는 20일 이전인 주말에 조사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조사를 안 받는다고 하면 대통령 조사없이 최씨를 기소할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조사받는다는 것도 100%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내고 "최대한 서둘러 변론준비를 마친 뒤 내주에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처음 조사를 미뤄달라고 한 것은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감안해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전반적으로 조사해 모든 사항을 정리한 뒤 한꺼번에 조사를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확고한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조사가 늦어도 18일에 이뤄져야 한다는 검찰의 계획을 완전히 흐트러놓는 것으로 검찰로서 최순실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기소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유 변호사가 박 대통령의 조사가 다음주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한 점도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의 공소장을 파악한 뒤 대응하기 위해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강제로 조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여론을 통해 압박했다.
손경식 CJ 회장이 박 대통령 독대에서 이재현 회장을 사면을 논의하고 미르와 K스포츠에 돈을 냈다고 진술한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했음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면서 박 대통령 조사의 당위성을 확보하려고 했던 셈이다.
이 결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이 특검조사를 물론 18일까지 검찰의 대면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는 등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박 대통령에게 '쇠 귀에 경읽기'였던 셈이다.
유 변호사는 검찰의 이런 압박카드를 겨냥한 듯 입장자료에서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구속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복원됐다는 문자메시지와 사진'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마치 대통령에게 불리한 유력증거인 것처럼 보도된다"며 "때로는 관련자의 진술 내용이 생중계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만드는 수사기밀 유출이나 범죄혐의와 관련 없이 개인의 인격을 심각하게 손상할 위험이 있는 보도가 줄어들기를 희망한다"고 검찰을 역으로 압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