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 미국 반도체공장 전현직 노동자들이 대만 출신 인력에 밀려 차별을 받았다는 이유로 사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직면했다. 미국 노동자가 대만 출신 인력에 밀려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다.
TSMC는 공장을 건설할 때부터 이와 관련해 노사갈등을 겪어 왔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논란이 재차 가열되며 쉽지 않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포브스는 15일 “TSMC 전현직 직원 12명 이상이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불법적 차별 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8월에 처음 제기됐는데 최근 다수의 전직 직원들이 가세하며 회사 내부에서 부당한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미국 공장에서 현지 노동자보다 대만 출신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하며 직무 배치나 인사 평가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TSMC가 미국 정부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만큼 임직원을 국적이나 인종 등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만 출신 직원이 미국 애리조나 공장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어 직장 내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이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TSMC가 대만 국적 노동자의 가족을 충분한 검증 없이 채용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미국 노동자들은 TSMC가 회의를 진행할 때나 공식 문서를 배포할 때 중국어만 사용해 다수의 직원들이 번역기 등에 의존해야만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또 대만 출신 인력들만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제공돼 분명한 차별이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은 건설 과정부터 노사 갈등에 따른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가동 시기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지기도 했다.
당시 TSMC 경영진은 미국에서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현지에서 대만 노동자의 고용 비중이 높아진 이유가 됐다.
공장 가동이 임박한 상황에도 노사 갈등이 지속되며 소송전으로 구체화되고 있어 TSMC의 향후 공장 운영에 리스크로 떠오른 셈이다.
더구나 TSMC는 현재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투자 보조금 지급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어 미국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상무부는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사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기여도를 평가해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내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취임한 뒤에는 미국 노동자를 향한 차별 문제가 더 엄격한 잣대 아래 놓이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포브스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외국 노동자의 업무 비자와 같은 정책에 제약이 커졌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의 재선은 이런 정책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바라봤다.
TSMC 관계자는 포브스에 “성별과 종교, 인종과 국적,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다양성을 갖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