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의정갈등에서 완고한 입장을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의 태도에 정당 운영에서 곤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의정 갈등이 빚어진 상황과 관련해 기존의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의료공백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를 띄워 의정 갈등 사태에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서는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의대 증원을 포함해 기존에 추진하던 의료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진보와 보수계를 불문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최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맨 앞에 두고 ‘기필코 완수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의정 갈등으로 사람들이 모두 정부를 향한 원망의 깊이가 굉장히 깊어졌는데 대통령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의정 갈등에 대해 유감이라는 사과도 하나 없어 뻔뻔스럽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말도 안 되는 의대증원 2천 명을 몰아 붙이는 바람에 내년에는 오히려 의사 수가 줄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을 두고 정치성향에 상관없이 비판이 커지면서 의정 갈등을 해소를 위해 여야의정협의체 방안을 띄운
한동훈 대표로서는 앞으로 정책 방향성을 잡기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동훈 대표가 의료 정책을 비롯해 기존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듣다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MBC 라디오 '성지영의 뉴스바사삭'에 출연해 "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듣다가 자리를 떠버렸다고 한다"며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 대표로서는 주요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좁아지는 모양새여서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는 만큼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훈 대표는 "11월11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고자 한다"며 "여의정만이라도 우선 출발하고자 한다"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일단 야당과 전공의단체가 빠진 상태에서 '여의정 협의체'로 11일 개문발차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국민의힘에서는 3선의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초선) 의원 등 3명이 대표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월별 병상수 부족 또는 전문의 부재로 인한 재이송 횟수. <자료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국회 제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의료계의 핵심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가 빠진 상태에서 의정갈등 논의는 공전할 공산이 커 보인다.
민주당 의료대란특별위원회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성명에서 "
한동훈 대표는 협의체를 '구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정갈등의 해소가 목표라면 정부의 태도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토록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에 그저 지금의 사태를 맡겨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이 심화되면서 일선 의료 현장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8월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35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응급실 진료를 2차례 이상 거부당한 사례는 이미 지난해의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사례를 별도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의정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만큼 입법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태가 더욱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내년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올지도 미지수인데다가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업무 압박이 어마어마하다"며 "국회 차원에서라도 논의가 진전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에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