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탄소상쇄'를 활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영국과 미국 등 9개국 기후학자 60명이 '리얼 제로 서약(Real Zero Pledge)' 성명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 2017년 독일 본에서 열린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빌 헤어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창립자. < Flickr > |
리얼 제로 서약은 기업들이 넷제로(탄소중립)을 실제로 실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공동성명이다. 탄소상쇄처럼 실효성이 없는 수단에 투자하는 것을 중단하고 실질적 효력이 있는 대응책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탄소상쇄란 기업이나 기관이 온실가스를 실제로 감축한 것이 아니라 수림 조성, 탄소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배출된 탄소를 상쇄한다고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리얼 제로 서약은 비영리 단체 '글로벌 치사습도 이사회(Lethal Humidity Global Council)'가 주도해 발표했다. 글로벌 치사습도 이사회는 기후학자, 환경전문가, 정책결정권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다.
이번 공동성명에 서명한 기후학자들에는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 요한 룩스트롬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디렉터, 빌 헤어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창립자 등 저명한 학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빌 헤어 창립자는 유엔 사무총장 산하 기후전문가 워킹그룹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앞서 2022년에는 탄소상쇄의 효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헤어 창립자는 가디언을 통해 "우리는 진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수단에 집중해야 한다"며 "(탄소상쇄와 같은) 숫자놀음만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서약에 참여한 카트린 메스너 뉴사우스웨일스대 기후변화연구센터 디렉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탄소상쇄 프로그램 가운데 다수가 수림 재조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나무를 키우는 것은 탄소를 영원히 격리할 수 있는 수단이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상쇄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고 자기파괴적일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이 합의한 기후목표를 지키기 위해 남은 시간은 이제 너무나도 적어서 탄소상쇄에 의존해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