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테크기업' 성공적 전환 증명, 정태영 디지털 공들인 10년 노력 결실

▲ 현대카드가 테크기업으로 성공적 전환을 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일본 대형 카드사에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정 부회장은 10년 전 '디지털 현대카드'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걸고 디지털 중심의 혁신에 힘을 실었는데 테크기업 전환이라는 선언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AI소프트웨어 ‘유니버스’의 일본 수출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중동, 아시아 등 데이터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버스의 일본 수출은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카드의 테크기업 전환을 증명하는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군을 나눌 수 있고 업종에 상관없이 비즈니스 전 영역에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 '테크기업' 성공적 전환 증명, 정태영 디지털 공들인 10년 노력 결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오른쪽)과 오니시 유키히코 SMCC 사장이 16일 일본 도쿄 SMCC 사옥에서 조인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16일 유니버스를 일본 신용카드사 스미모토미스이카드컴퍼니(SMCC)에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카드에게 이번 수출의 의미는 남다르다.

금융사인 현대카드가 AI 기술력과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으로 이끌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 AI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사례다. 특히 계약 상대인 SMCC가 자산 규모 40조 원의 일본 3대 신용카드사라는 점이 현대카드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를 더하는 점으로 여겨진다.

현대카드는 이를 기념해 11월5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유니버스를 대중에 처음 공개하는 '현대카드 테크 토크'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수출에 따른 재무적 성과도 적지 않다.

구체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카드는 유니버스 수출로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현대카드의 성과 뒤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오랜 노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이번 계약 성사를 위해 정 부회장은 SMCC와 일 년 가까이 교류한 것은 물론 계약식을 위해 직접 일본으로 향했다.

정 부회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호 이해와 검증을 위해 일 년 정도 오가다 보니 SMCC와 친분이 쌓여 계약식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019년 IBM재팬의 자회사 엑사시스템즈에 차세대 신용카드 정보기술(IT) 시스템 'H-ALIS'를 수출할 때도 직접 나서 일본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계약만이 아니라 현대카드가 '디지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으로 들여다보면 정 부회장은 10년이라는 시간 여러 방면에서 공을 들였다.
 
현대카드 '테크기업' 성공적 전환 증명, 정태영 디지털 공들인 10년 노력 결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오니시 유키히코 SMCC 사장(왼쪽 두번째)와 대화하고 있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SNS >


정 부회장은 2015년 10월 ‘디지털 현대카드’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전제 아래 사무실 구조를 바꾸는 것은 물론 조직구성 자율화, 유연근무제 도입 등 조직문화 단계부터 변화를 일으켰다.

현대카드의 인력 배치에서도 정 부회장이 디지털 사업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대카드에서 디지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데이터사이언스 인력은 약 500명이다. 전체 임직원 수 2천여 명 가운데 4분에 1가량이다.

디지털익스피어리인스, 데이터사이언스, 데이터랩, AI플랫폼기획 등 디지털 관련 사업실장에 1980년대생을 전진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디지털 부문에서 연공서열보다는 능력 중심 인재 발탁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의 카드사업도 기존의 여신업 틀을 넘어 데이터사이언스를 주요한 한 축으로 설정했다. ‘도메인 갤럭시’라는 PLCC 파트너사들의 데이터 동맹을을 구축해 데이터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 부회장은 올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AI 사업에 1조 원을 투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테크기업으로서 향후 더 많은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일본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