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 7시간 의혹' 해명조차 답답한 현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의혹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침묵을 지켜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의혹을 뒤집을 사실을 내놔 설 자리를 없애는 것이다.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사안에 따라 다르고 의혹을 받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놓고 해명을 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했던 일을 일컫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일부 언론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전혀 근거없는 유언비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당일 외부인이나 병원차량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없다”며 “대통령께서는 당일 청와대에서 정상집무를 봤다”고 해명했다.

정 대변인은 세월호 사고 당일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로부터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해 오후 5시11분까지 15차례에 걸쳐 보고받은 시간도 일일이 열거했다.

청와대가 이날 해명에 나선 것은 시중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말들이 스캔들 수준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주말 촛불집회를 앞두고 세월호 당일 행적을 놓고 ‘유언비어’가 퍼질 경우 박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박 대통령이 당시 12시50분부터 10분간 최원영 당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기초연금법 문제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는데 이도 “마취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얼마나 다급한가를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무대응에서 적극 대응으로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너무 늦었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그래서 의혹이 일면 그 대응도 달라야 한다. 의혹을 받는 입장에서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유언비어라고 해도 사실을 직접 밝혀 스캔들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해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다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어찌보면 대통령 스스로 또는 청와대 참모진의 잘못된 판단이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 청와대의 해명이 국민의 마음에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촛불집회 등에서 확인된 것처럼 국민의 마음에 대통령이 들어설 자리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뒤늦은 해명인데도 여전히 그 내용은 부실히다.

어떤 의혹이든 그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결국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진상규명 요구는 단순 호기심이 아니다”라며 “국민은 헌법에 따라 국민을 보호해야 할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헌법적 의무를 다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온갖 의혹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재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박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촛불집회에 나서는 국민을 위해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