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가 첫발 딛은 공기업 밸류업 공시, 한전 가스공사 GKL 동참하나

▲ 강원랜드에 이어 한전 가스공사 GKL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강원랜드가 상장 공기업 가운데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이러한 흐름이 다른 공기업으로 이어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주주환원 요구에 강원랜드가 먼저 호응한 만큼 다른 상장 공기업에도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이날부터 400억 원 규모의 자기 주식 취득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밸류업 행보에 나선다.

장내 직접 매수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보통주 240만5292주 취득은 NH투자증권의 위탁투자중개를 통해 2025년 1월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진행된다.

강원랜드는 구체적 밸류업 방안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실제로 자기주식 취득을 개시하며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전날 강원랜드는 기업가치 제고계획 자율공시를 통해 상장 공기업 최초로 구체적인 밸류업 방안을 발표했다.

강원랜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총주주환원율 60%,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100% 등의 달성을 2026년까지의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2026년까지 1천억 원 규모의 자기 주식 매입,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 도입 등이 제시됐다.

강원랜드가 밸류업 행보에 나선 것은 정부의 밸류업 확대 기조에 발맞추는 동시에 사업 규제 완화에 화답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강원랜드는 9월4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카지노업 변경 허가를 통보받았다. 

규제가 완화된 내용을 살펴보면 △카지노 일반영업장 면적 변경 △카지노 게임기구 대수 변경 △ 외국인 전용 게임 구역 이용 대상 변경 △외국인 전용 게임 구역 베팅 한도 변경 등이었다.
 
강원랜드가 첫발 딛은 공기업 밸류업 공시, 한전 가스공사 GKL 동참하나

▲ 강원랜드 이사회가 10일 강원랜드 서울사무소와 강원랜드 행정동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원랜드>

강원랜드의 카지노 규제가 완화된 배경에는 ‘친윤’에 속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역할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도 태백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 의원은 제22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공약 사항으로 ‘강원랜드 카지노 규제 완화’를 설정하고 강원랜드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6년 동안이나 몸담았던 남한규 전 서기관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남 본부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에서 서기관으로 업무를 보는 등 규제 관련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강원랜드의 주주가치 제고 전략이 일시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8일 리포트를 통해 “강원랜드는 2조8천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아직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발표될 내용에 따라 편입 여부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정부 기조에 발맞춘 밸류업에 나서면서 다른 상장 공기업의 행보에도 눈길이 옮겨간다.

현재 상장된 공기업은 강원랜드를 포함해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한전기술,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7곳이 있다.

이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기로 결정한 곳은 이미 구체적 방안을 밝힌 강원랜드를 제외하면 한국지역난방공사 한 곳뿐이다.
 
강원랜드가 첫발 딛은 공기업 밸류업 공시, 한전 가스공사 GKL 동참하나

▲ 한국지역난방공사가 8월23일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2024년 4분기에 발표하겠다고 공시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8월23일 공시를 통해 올해 4분기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원랜드가 첫 주자로 나선 만큼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조만간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진다.

강원랜드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만큼 동일 업종에 속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힐 가능성도 적지 않다.

증권가에서도 GKL이 정부의 밸류업 확대 기조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화정 NH증권 연구원은 11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이 공기업인 만큼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서 보이는 기업가치 제고 기조에 발맞춰 보다 강화된 주주환원(배당 등)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그랜드코리아레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기업 가치 제고 계획 발표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평가가 외국의 유사한 상장기업 대비 낮게 형성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밸류업 정책을 내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사기업들의 밸류업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공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월 2024년도 공기업 경영평가 편람을 발표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상장 공기업이 경영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도록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배당 수준의 적정성 △소액주주 보호 △기관의 경영전략 및 경영목표에 제시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모범규준 준수 등이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