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텔 파운드리 부진이 TSMC 불안 키워, 반독점 규제 리스크 부각

▲ 삼성전자와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자 TSMC가 반독점 규제 대상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인텔이 모두 첨단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면서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오히려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반독점 규제 관련한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해 외부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7일 “TSMC가 최근 엠코테크놀로지와 업무협약을 맺은 일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반독점 규제 우려를 덜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TSMC는 엠코테크놀로지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설비에서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CoWoS 패키징 공정 및 테스트를 진행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둔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애플과 엔비디아 등 고객사 반도체를 엠코테크놀로지 설비에서 조립해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TSMC는 당초 미국에 반도체 패키징 설비를 구축하는 데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패키징 공정 특성상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아 미국에서 운영하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직접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협력사 설비를 활용하기로 한 배경을 반독점 규제와 관련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찾았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규제 당국에서 TSMC의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독점 관련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활용되는 첨단 파운드리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엔비디아와 AMD, 퀄컴과 애플 등을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며 경쟁 구도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자연히 TSMC의 지위가 강화됐다.

인공지능 반도체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TSMC로 고객사들의 위탁생산 주문이 몰리며 자연히 반독점 규제 관련한 리스크도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등 최신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 수주 사례를 거의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은 무리한 투자와 연구개발 여파로 재무가 크게 악화했다.

디지타임스는 “TSMC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지난 1년 동안 크게 뒤처지며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다”고 바라봤다.

TSMC가 첨단 파운드리 경쟁사 부진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그만큼 반독점 규제 대상에 놓일 가능성도 커지면서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인텔 파운드리 부진이 TSMC 불안 키워, 반독점 규제 리스크 부각

▲ TSMC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공정 일부.

특히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 TSMC를 향한 정부 차원의 압박은 더욱 커질 공산이 높다.

따라서 TSMC가 반독점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대신 협력사 설비를 활용하는 사례도 반독점 규제와 관련한 방패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모두 진흙탕 속에 빠지자 TSMC는 몸을 사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반독점 당국에 대응하려는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봤다.

TSMC가 외부 업체와 협력해 패키징 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규제 위험성을 낮추는 동시에 중장기 관점에서 사업에 도움을 줄 여지도 많다.

CoWoS와 같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급 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엔비디아와 AMD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자국에 완전한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TSMC를 비롯한 기업에 패키징 설비 투자를 꾸준히 요청해 왔다.

결국 TSMC가 협력사의 미국 내 설비를 활용하는 것은 반도체 패키징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미국 정부의 요구에도 따르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수익성이 낮은 패키징 사업 대신에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물량을 늘리는 데 투자를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TSMC가 주요 고객사에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를 높이는 일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는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양산이 예정된 2나노 공정으로 TSMC를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인텔도 18A(1.8나노급) 파운드리 상용화 계획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이들 경쟁사의 TSMC 첨단 파운드리 추격 목표가 다시금 큰 성과를 내지 못 한다면 TSMC를 바라보는 각국 반독점 규제당국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미국과 일본 등 각국 정부의 요구에 적극 대응해 해외 반도체 공장 투자를 늘리는 것도 반독점 규제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