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BOE·텐마 ‘블랙리스트’에 올리나, 삼성·LG디스플레이 반사이익 기대

▲ 미국 하원 '중국 공산당과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가 국방부에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가능성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특히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을 늘리고 있던 애플의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더 커질 전망이다.

6일 관련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정부가 대 중국 규제 대상을 디스플레이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공산당과 전략적 경쟁에 관한 하원 특별위원회’는 최근 미국 국방부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와 텐마가 미국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특히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무레나르 하원 의원은 두 기업이 중국 인민군과도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국방부에 1260H(군사기업명단)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국방수권법(NDAA) 1260H항 규정에 따라 ‘중국군사기업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국방부와 어떠한 거래도 하지 못하며, 재무부도 해당 법령을 근거로 기업들에게 별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에게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받는 애플,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찾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 한국의 두 기업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급처 다각화를 위해 BOE의 OLED 디스플레이 공급을 늘려가고 있던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보급형 아이폰SE 시리즈에만 OLED를 공급하던 BOE는 최근 출시한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의 일반형 아이폰에도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과거 BOE는 품질 문제로 일반형 아이폰에는 OLED를 공급하지 못했지만,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보급형 아이폰SE 모델에서는 가장 많은 양의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키워왔다.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에만 69조 원을 디스플레이 산업에 투자했다.
 
미국 BOE·텐마 ‘블랙리스트’에 올리나, 삼성·LG디스플레이 반사이익 기대

▲ ‘중국 공산당과 전략적 경쟁에 관한 하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무레나르 하원 의원. <존 무레나르 페이스북 캡쳐>


미국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글로벌 LCD 점유율 0%였던 중국은 2024년 상반기 72%로 성장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2022년과 2024년 대형 LCD 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한국이 기술 경쟁력으로 앞서고 있는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매섭다. 중국은 2014년 글로벌 OLED 생산 점유율 1%에서 올해 51%까지 성장했다.

다만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가 한국 디스플레이를 위협하던 대표적 중국 기업 BOE와 텐마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달라 요청하면서 중국의 추격은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의 중국 디스플레이 규제로 한국과 OLED 기술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고성능 OLED 패널을 공급할 기업이 사라진다면 기술 개발 속도도 느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17의 일반 모델에도 120Hz 고주사율이 지원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애플은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에만 LTPO OLED를 적용했다.

애플에 LTPO OLED를 공급하는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뿐이다.

BOE는 지난해 말 애플에 LTPO OLED 인증을 위한 샘플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블랙리스트에 올라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면 이는 무용지물이 될 전망이다.

비록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LTPO OLED를 공급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도 공급이 가능해 기술 개발로 품질을 높일 원동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이 1260H 블랙리스트에 BOE 등을 올릴지 확실치 않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