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M홀딩스가 인텔에 반도체 설계 사업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ARM 반도체 설계 기술 안내 이미지.
블룸버그는 27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ARM이 인텔 제품 사업부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인텔 측은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인텔의 파운드리 등 반도체 생산 사업을 제외한 설계 사업만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은 PC와 서버용 CPU 등 주력 상품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만약 ARM이 이를 인수한다면 인텔에는 사실상 반도체 파운드리 관련 조직만 남게 된다.
현재 인텔은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해고가 이뤄지며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상장이나 매각 등 외부에서 자금 확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인텔의 반도체 설계 사업이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에 인수되는 시나리오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ARM도 이번에 잠재적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한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등 거의 모든 기업의 모바일 프로세서와 일부 PC용 프로세서에 ARM 기술이 쓰인다.
소프트뱅크는 과거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독점규제 당국 반대로 무산되자 미국 증시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 육성에 주력해 왔다.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종종 ARM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뚜렷한 야심을 나타내고 있다.
ARM이 인텔 인수를 검토한 것은 손 회장의 이러한 의지를 더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ARM이 인텔과 합병한다면 서버와 PC 등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 자체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ARM은 설계 기술 라이선스를 여러 고객사에 제공할 뿐 자체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데 인텔을 인수하면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ARM 시가총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텔을 크게 밑돌았으나 올해 들어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인텔을 역전했다.
26일 미국 증시에서 ARM 시가총액은 약 1563억 달러로 장을 마쳤다. 인텔 시가총액은 약 1021억 달러를 기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