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공장 둘러싼 ‘물 전쟁’ 본격화, 배터리 공급사 LG엔솔까지 여파

▲ 현대차가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둘러싼 수자원 관련 문제가 커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재검토가 진행되는데 이어 지역 여론까지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용수 부족을 우려하는 여론을 설득하기에 불충분한 수준의 수자원 사용 정보만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는데 이 여파가 같은 지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LG에너지솔루션까지 번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각) 폴리티코 아래 E&E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10월 완공을 목표하는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에 수자원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조지아주 당국이 현대차 공장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지하수를 끌어다 쓸 수 있는 4개의 취수원을 제공하려던 일을 계기로 갈등이 불거졌다. 

현대차의 용수 사용량을 두고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우려가 커지면서 환경영향평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결정까지 나와 논란이 더욱 커졌다.

현대차는 최근 조지아 공장에서 시험 제조한 2025년식 아이오닉5를 선보였으며 곧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인데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수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불거졌다.

E&E뉴스는 “미 육군 공병단(USACE)은 용수 공급을 막는 방안 말고도 지역 농민에 보상 차원에서 조성될 1백만 달러 규모 기금을 현대차와 지역경제개발기구로 하여금 증액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미 육군 공병단은 하천과 지하수 등에 감독 권한을 가진 연방정부 기관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월28일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 질의응답을 통해 환경평가를 다시 받는다 해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생산 일정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자원 부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부정적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로부터 공장 건설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현대차가 하루에 400만 갤런(약 1514만 ℓ) 이상의 물을 사용할 것이라고 요청해 주변 지역 용수공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는 공장 인근 도시인 서배너시 14만 명 인구가 하루에 취수하는 물의 29%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차 미국 공장 둘러싼 ‘물 전쟁’ 본격화, 배터리 공급사 LG엔솔까지 여파

▲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 항만청이 전기차 제조 공장에 들일 첫 번째 부품 선적을 축하하는 의미로 2023년 8월14일 서배너 항구에서 기념식을 연 모습. <현대차그룹>

조지아주에서 식수원과 관련해 다른 자동차 기업이 소송을 당했던 전례도 있다. 전기차 기업 리비안은 식수원을 우려한 조지아주 주민 소송을 겪은 적이 있다. 

이유는 다르지만 포드도 중국 CATL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건설하는 미시간주 마샬 배터리 공장이 인근 주민에 소송을 당했다. 

E&E뉴스는 현대차 공장을 포드나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하이테크가 미국에 짓는 공장과 묶어 “지역 반대 여론에 직면한 처지에 놓였다”고 짚었다. 

더구나 현대차 공장에 구체적 수자원 사용처를 문제 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가 실제 차량 제조에 물을 얼마나 사용할지 납득할 만한 정보를 밝혀야 수자원을 나눠 쓰는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지역매체 더커런트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어떤 공정에 용수를 얼마나 쓰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조 라무라글리아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 홍보 총괄은 더커런트를 통해 차량 제조와 장비 냉각 그리고 소방용 등으로 물을 쓴다고 설명했지만 상세 데이터는 기업 기밀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LG에너지솔루션도 수자원 사용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부지가 위치한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연간 30기가와트시(GWh) 생산 용량의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맺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조에도 상당량의 물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역 주민으로서 이와 관련한 정보 역시 확인하기 여의치 않은 셈이다.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과 관련한 수자원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협업사인 LG에너지솔루션마저 현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2023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밝힌 것과 달리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지하수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데도 이와 관련한 구체적 정보를 밝히지 않는 부분을 놓고 지역에서 반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대차가 공장을 완공한 뒤 공언한 대로 노동자를 수천 명 고용해 지역 경제를 부양하거나 환경 관련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면 주민 여론을 긍정적으로 돌릴 여지도 충분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지아주 공장 수자원 내용을 묻는 질문에 “허가 당국인 조지아 주정부가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